[유고공습]코소보 탈출난민 「생이별」 발동동

  • 입력 1999년 4월 9일 19시 54분


포화와 살육의 사지를 벗어난 코소보 난민들. 하지만 이들은 난민처리과정에서 또다른 시련을 맞고 있다. 생이별을 당하거나 행선지도 모른 채 짐짝처럼 어디론가 실려가고 있는 것이다.

외신들은 9일 끝없는 난민행렬에 넌덜머리가 난 마케도니아 당국이 마구잡이로 가족들을 수송해 생이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프리슈티나를 탈출한 파티메 라시라니(50·여)는 노르웨이로 먼저 떠난 1남3녀의 자녀를 만나고 싶지만 “난민들을 마구 태워 보내고 있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르디타 베리샤(11)는 탈출과정에서 헤어진 아빠의 행방을 모른 채 엄마와 함께 공항버스에 실려졌다. 아이는 “우리 아빠는 언제 와요”라고 울먹였으나 무장경찰의 억센 손길에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난민의 상당수는 이처럼 가족 모두 같은 나라로 가기위해, 혹은 아직 헤어진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해외로 못 떠나겠다며 버티고 있다.

마케도니아 정부 등은 난민을 각자 희망하는 나라로 보내고 있다고 말하지만 난민들은 믿지 않는다. 터키에 도착한 난민들은 모두 독일로 간다는 말을 듣고 비행기를 탔다고 말했다.

또 난민 공수에만 매달리다 보니 신원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 난민은 “나치놈들도 이송 기록을 남겼다”며 “내가 어디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는 기록이 없다면 가족들이 내 생사를 어떻게 알겠느냐”면서 ‘또 다른 인종청소’라고 따지다 마케도니아 경찰에 실컷 얻어맞기만 했다.

구호를 위한 인력, 난민문제 전문가나 참모진이 모자라서 빚어지고 있는 또 다른 비극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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