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王 타계]세대교체 시작…中東 격변 예고

  • 입력 1999년 2월 8일 19시 24분


46년6개월간 요르단을 통치해온 후세인국왕의 서거는 불안한 중동에서 변혁과 격동을 몰고 올 서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엇보다 요르단이 중동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후세인국왕은 요르단의 전략적 완충지로서의 역할을 적절히 활용해 아랍―이스라엘 관계와 아랍권 전체의 관계조정에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해 왔다.

이 때문에 ‘포스트 후세인’ 시대의 중동에는 긴장과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새 국왕인 압둘라가 정국을 장악하지 못해 국내정치가 불안해질 경우 아랍권 전체가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요르단은 군대 경찰 고위관료 등을 장악하고 있는 베두인족과 경제분야를 잡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출신 사이의 알력이 심한데다 유가하락에 따른 중동경제 침체의 여파로 경제난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요르단이 분열되면 이슬람 원리주의가 준동하고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이 재봉기할 경우 중동평화는 큰 위협을 받게 된다.

후세인의 퇴장은 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중동 각국 통치자들의세대교체가 시작됐음을 말해준다.

파드 사우디아라비아국왕(77)과 무바라크이집트대통령(70)을 비롯해 아사드 시리아대통령(70) 하산 모로코국왕(69)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69) 등이 70세 안팎으로 후계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들 통치권자들의 교체는 권력관계와 정치구조의 변화를 가져와 중동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후세인 장례식에 세계의 주요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은 무엇보다 압둘라국왕에 대한 강력한 지지 표명으로 요르단의 안정을 꾀하자는 의미가 크다. 미국이 향후 3년간 3억달러를 요르단에 특별 지원키로 한 것도 중동평화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요르단의 정국안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후세인국왕의 타계를 가장 안타까워 하는 나라는 미국. 후세인의 공백이 갈수록 커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샌디 버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만약 이라크가 요르단을 위협할 경우 이는 자멸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중대한 오산이 될 것”이라고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정성희기자·워싱턴〓홍은택특파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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