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안된 유로貨…유럽대륙 “당황”

  • 입력 1999년 1월 2일 20시 30분


로마제국 멸망 이후 처음으로 유럽대륙 11개 주요국에 새 화폐인 유로가 1일 출범하자 대륙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호텔과 가게들은 앞으로 유로로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느냐는 고객들의 문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11개국 중 아일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10개국의 개별통화보다 유로가치가 최소한 2배이상 높게 평가되자 자산가치와 급여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심리적 불안감도 드러내보였다.

핀란드에서는 유로도입홍보가 제대로 안돼 혼란이 일어났다. 호텔과 상점들은 유로수표나 신용카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당황. 헬싱키 중앙에 위치한 마르스키호텔 종업원은 일부 고객이 유로 영수증을 요구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거절했다. 또 헬싱키의 한 신문판매상은 손님이 유로카드로 지불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자 “아직까지 유로를 받지 않는다”고 답변.

특히 같은 물건 가격이 각국에서 유로라는 단일화폐로 표시되면서 서로 비교가 되자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당황하고 있다.

브라운사의 플렉스 인테그랄 면도기는 오스트리아에서 1백7유로, 스페인에서는 77유로로 드러났다. 또 캐넌사의 프리마 슈퍼135카메라는 프랑스에서 3백유로이지만 독일에서는 이보다 1백유로 가량 싼 2백1유로로 나타났다.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월경(越境)쇼핑’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가격이 비싼 자동차의 경우 유로 도입에 따른 가격문제가 심각하다. 외신들은 현재 업체들이 국별로 다양하게 책정한 가격을 유로로 통일해 표기할 경우 자동차는 최고 20%가량 구매력의 차이가 난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필립스 다임러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등 다국적 기업들은 유로랜드 내에서의 가격정책을 놓고 회의를 거듭했다. 그동안 업체들은 같은 상품이지만 국가별 판매가격은 달리해왔다. 환율과 경제력차이를 감안한 것. 그러나 앞으로는 이같은 마케팅전략이 힘들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CNN은 독일인들이 1유로에 1.95583 마르크로 환율이 고시되자 심리적으로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산가치가 절반수준으로 하락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본의 사무직원 할라 샤몬(30)은 “급여가 유로로 지불될 경우 지금보다 급여가치가 줄어들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동독지역 주민들은 근심을 감추지 못했다. 베를린의 잡화상인 로타르 카민은 “그동안 통일 이후 서독마르크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는데 또다른 통화통합이 이뤄져 당혹스럽다”며 “모든 일이 너무 빨리 진행된다”고 우려했다.

〈외신종합연합·정리〓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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