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독립 실현되나?…아라파트 『내년5월 선포』

  • 입력 1998년 12월 15일 19시 47분


미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인 빌 클린턴대통령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방문을 계기로 50년간 나라 없는 설움을 겪었던 팔레스타인에 독립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14일 팔레스타인 민족평의회(PNC)에서의 연설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선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와이밀스 평화협정의 이행만을 촉구했지만 도로 공항 발전시설 등 국가건설의 초석이 되는 팔레스타인의 기간시설에 대해 칭찬했다.

이스라엘 전역에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항상 쓰고 있는 아랍식 터번 카피예를 둘러쓰고 있는 클린턴대통령의 합성사진이 나붙었다.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팔레스타인기와 자신들이 매일 불태우던 성조기를 함께 흔들면서 클린턴대통령을 환영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아라파트 수반과 함께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헌장에서 이스라엘의 존립 근거를 부인했던 문구가 공식 폐지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이는 팔레스타인측이 이스라엘이 ‘존재할 권리’를 인정한 것을 의미한다.

이런 모든 징조는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이 머지않았으며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 분위기가 형성되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아라파트수반은 그동안 틈만 나면 “오슬로협정 기한이 종료되는 내년 5월까지 팔레스타인 독립국을 ‘일방적으로’ 선포하겠다”고 말했었다.

올 10월말 와이밀스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불가피한 추세로 여기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엔은 이미 팔레스타인에 옵서버 자격을 부여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5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가한 가운데 ‘팔레스타인을 위한 국제기부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아라파트수반은 국가수반 자격으로 세계의 주요 기업인들을 만나 팔레스타인 투자문제를 논의하는 등 독립국가건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이 50년의 유랑시대를 마감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더욱이 상당수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에 직장을 갖고 있으며 85% 이상의 제품을 이스라엘 영토를 거쳐 수입하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1인당 국민소득은 1천6백30달러로 이스라엘(1만5천9백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다른 나라와 똑같은 독립국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의 독특한 입지를 고려할 때 팔레스타인이 자체의 군대와 외교권은 가질 수 없으며 특히 유태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팔레스타인이 독립을 쟁취하려면 이같은 ‘이스라엘 변수’라는 장애물을 통과해야 한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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