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AT&T 사업 맞교환…새 구조조정 모델

  • 입력 1998년 12월 9일 19시 27분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인 IBM과 세계 최대 장거리 통신업체인 AT&T가 8일 통신망사업부문과 내부업무용역계약을 맞바꾸는 ‘신형 빅딜’을 성사시켰다.

이번 합의는 ‘통신의 AT&T, 컴퓨터의 IBM’이 상징하는대로 전문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생존논리가 초일류 기업에도 적용되며 이에 따라 경영형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계약내용은 크게 세 갈래다.

우선 AT&T는 IBM의 기업 네트워크 사업부문을 5년간 50억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인수한다. IBM은 1백개국 4만5천개 기업에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59개국 1백만명에게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사업을 매각키로 했다. IBM은 81년부터 벌여온 네트워크사업을 청산하고 컴퓨터분야에 전력하게 됐다.

한편 AT&T는 온라인 사업에서 경쟁관계인 MCI나 월드컴보다 국제인터넷 사업에 뒤늦게 참여한 핸디캡을 벗고 올 초 영국 브리티시텔레콤과 체결한 합작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두번째는 대규모 외주용역(아웃소싱)계약.

AT&T는 자체적으로 처리해 오던 장거리전화요금정리라는 핵심분야는 물론 직원월급지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에 대한 컴퓨터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지업무를 IBM에 용역을 맡기기로 했다. 10년간 40억달러를 지불한다는 조건이다.

아웃소싱에는 IBM에서 31년간 잔뼈가 굵은 마이클 암스트롱 AT&T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최고수준인 AT&T 컴퓨터인력도 AT&T보다는 IBM에서 더욱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경영철학에 따라 암스트롱회장이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IBM의 고객통신망 정비 등을 AT&T에 일괄해 떠넘긴다는 것. 앞으로 5년간 AT&T가 벌어들일 수입 50억달러는 IBM측에 지불할 사업매입 대금으로 쓰일 전망이다.

관련국 정부의 사업허가가 떨어지면 AT&T의 데이터처리센터 직원 2천명과 IBM의 네트워크사업부 직원 5천명이 상대회사로 옮기는 대대적인 ‘직원 빅딜’도 있게 된다.

루이 거스트너 IBM회장은 이날 “향후 10년간 발생할 90억달러의 수입을 연구개발비 투자, 새 벤처기업 설립, IBM주식 재매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문화를 위한 구조조정 속에서도 주주의 이익에 충실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한편 통신산업 분석가인 버지 아이바지안(양키그룹)은 “두 회사가 자체 기업자산, 인력, 현금 동원 이외에 고객의 서비스용역까지 교환대상에 포함시켜 거래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새로운 기업구조조정의 전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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