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中 경제패권 경쟁…亞洲國 뜻밖의 「돈벼락」

  • 입력 1998년 11월 18일 20시 51분


아시아가 뜻밖의 ‘돈벼락’을 맞게 됐다.

일본 미국 중국 대만이 금융위기를 겪는 아시아 국가들을 위해 뭉칫돈을 내놓겠다는 뜻을 잇따라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첫 깃발은 일본이 올렸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일본대장상은 9월30일 “아시아의 민간기업 회생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3백억달러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미야자와 구상’이다.

일본은 이중 30억달러를 한국 몫으로 떼어뒀다가 지난달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일때 선물로 내놓았다.

16일에는 미국이 나섰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 미국은 “아시아를 돕기 위해 일본 등과 협력해 1백억달러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대만도 뒤늦게 뛰어들었다.

탕궈창(唐國强) 중국외교부대변인은 17일 “홍콩이 제공하는 10억달러를 포함해 55억달러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대만은 일본 세계은행 등이 조성키로 한 50억달러에서 10억달러를 맡을 뜻을 밝혔다.

이로써 아시아 지역에 새로 지원될 자금규모는 4백50억달러에 이르게 됐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서둘러 돈을 내놓는 것은 아시아 환란의 재연을 미리 막자는 뜻도 있지만 지역 경제패권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경쟁적 공세’의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아시아경제의 패권장악에 나선 일본은 1천억달러 규모의 아시아통화기금(AMF)창설을 다시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지도력 상실을 우려한 미국과 중국이 뒤늦게 경쟁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어쨌거나 돈가뭄이 심한 아시아 국가들에 자금조달 기회의 확대는 희소식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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