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싱가포르 「금융전쟁」불꽃…亞洲시장 주도권 다툼

  • 입력 1998년 11월 10일 19시 04분


홍콩과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시장 주도권을 놓고 한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홍콩선물거래소(HKFE)는 10월20일부터 주식선물(先物) 폐장시간을 30분 늦춘데 이어 12월 한달간은 거래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한달간의 수수료 폐지에 따른 예상손실 1천만홍콩달러(약17억원)를 감수하는 홍콩의 이같은 조치는 싱가포르측의 선제공격에 대한 반격.

이에 앞서 싱가포르외환거래소(SIMEX)는 “이달 23일부터 홍콩의 주가지수인 항셍(恒生)지수를 기준으로 선물거래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수수료도 홍콩보다는 약간 낮게 책정했다.

싱가포르가 항셍선물을 취급하려는 것은 기존의 ‘폐쇄시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도쿄(東京)나 홍콩같은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려는 시도다.

SIMEX는 자본시장 개방정책의 하나로 내년 하반기 싱가포르증권거래소(SES)와 통합, 외국인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자 홍콩은 로이터통신이 항셍지수를 실시간(리얼타임)으로 보도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싱가포르가 선물거래에 필요한 가격정보를 얻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홍콩의 가격정보 제공중지 조치는 한국으로부터 배운 것. 한국은 올해초 홍콩이 원화선물시장을 개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그렇다면 가격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홍콩측은 “싱가포르 시장에서 어떤 규제가 행해질지 알 수 없으며 따라서 홍콩의 증시마저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SIMEX의 앙시티앤소장은 “이미 도쿄와 타이베이(臺北)의 주가를 대상으로 선물시장을 열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일본도 당시 기분은 나빴겠지만 이런 식으로 대응하지는 않았다”고 비난했다.

‘열린 시장’이던 홍콩은 점차 문을 닫고 상대적으로 ‘닫힌 시장’이던 싱가포르는 빗장을 푸는 추세인 셈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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