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는 자기 나라라고 주장하고 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키리바시 공화국이 유력했다. 키리바시는 95년 날짜변경선을 동쪽으로 잡아당겨 ‘하루를 가장 빨리 시작하는 나라’가 됐다. 그리니치표준시(GMT)보다 무려 12시간22분 빠르다. 이 때문에 키리바시를 지나는 날짜변경선은 망치모양이 돼버렸다.
그런데 피지당국이 10월28일 “올해부터 11월∼이듬해 2월까지 일광절약시간제(서머타임)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남반구에서 이 시기는 여름. 이렇게 되면 시간이 한 시간 빨라지고 날짜도 1시간 일찍 바뀐다. 당연히 새로운 밀레니엄도가장먼저맞게된다는 것.
이와 함께 밀레니엄 기념조형물 건축, 자오선을 따라 벽 쌓기, 타임캡슐 묻기 등 사업을 벌이며 밀레니엄 시작 직전 바닷속에 들어갔다가 잠시 후 새 세기에 떠오르는 행사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그리니치천문대는 “새해는 GMT를 기준으로 시작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남태평양에서 맞는 밀레니엄 첫날은 실제로는 아직 1999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