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미군 철수 의제 포함」계속 불씨로

  • 입력 1998년 10월 25일 0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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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과 미국 중국은 4자회담을 시작한 지 11개월만에 분과위 구성에 합의함으로써 실질적인 논의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세차례의 본회담 끝에 하나의 결실을 이루는 데 성공했으나 이번 합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출발 준비에 불과하다.

대표단은 우선 본회담이 열릴 때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됐던 미군 철수문제 등 의제선정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발표하지 않아 이 문제가 아직 타결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본회담은 비록 분과위라는 별도의 협의체가 추가로 구성되기는 했으나 역시 의제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은 또 4자회담을 바라보는 참가국들의 근본적인 시각차이를 재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미는 4자회담의 목표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남북 당사자가 중심이 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보장함으로써 이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한반도 긴장의 원인은 주한미군이며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당사자는 정전협정 서명국인 북한과 미국이라며 북―미(北―美)접촉에 모든 관심을 집중했다. 북한은 회담 내내 미군철수와 북―미평화협정체결이 4자회담의 핵이며 4자회담의 주축은 북한과 미국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이번 회담을 끌고 간 것도 실질적으로는 북―미수석대표간의 양자협의였다. 북한과 미국은 20일 준비회담부터 23일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양자협의를 갖고 얽힌 실타래를 풀어갔다.

이 때문에 북―미협의에서 미국이 북측에 ‘모종의 선물’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무성하다. 소식통들은 미국이 이미 북한에 주기로 약속한 밀가루 30만t의 수송 시기와 테러지원국 해체의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두차례 본회담을 공전시켰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주변 상황상 미국에 성의표시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유공급을 위한 3천5백만달러를 차질없이 지원받고 미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미 의회의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도 믿을만한 대화상대란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밖에 1,2차 회담 때와 달리 중국이 기조연설에서부터 분과위 조기구성을 주장, 한미를 지원하고 나선 것도 북한에는 압력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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