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이성배/中 물난리에 무역상담 무산

  • 입력 1998년 8월 4일 19시 35분


요즘 중국도 온나라가 홍수때문에 난리다. 중국인들이 ‘용’이라 부르는 장강(長江)이 금시라도 둑을 넘어 온천지를 물바다로 만들려고 용트림을 하고 있다. 1백년만에 처음 보는 대홍수라고 한다. 장쩌민 주석도 지난 며칠간 홍수 걱정으로 잠을 설치다 새벽에 깨어나면 제일 먼저 장강중류 최대도시인 우한(武漢)시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중국의 홍수는 맑은 하늘에 닥치는 경우가 많다. 장강과 주강 황하등 3대강 상류에 폭우가 쏟아지면 상류에 물난리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불어난 물 때문에 멀리 떨어진 하류가 더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그래서 홍수를 훙펑(洪峰)이라 부른다. 산봉우리처럼 커다란 물줄기가 밀려온다는 뜻이다. 이번 장강 홍수의 홍봉 높이는 대략 10m쯤 되었다.

중국의 이번 홍수가 서울의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에까지 영향을 미쳤으니 지구촌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KOT

RA가 10월에 개최하는 ‘98서울 부품수출 상담전’에 중국의 가전제품회사인 갈란츠사의 참가를 유치하기 위해 회사가 있는 순더(順德)시에 갔을 때였다. 공장근처에 가니 길에 물이 차서 차가 지나기도 어려웠다. 어찌어찌 공장에 들어가니 나이가 쉰은 넘어 보이는 남자가 팬티만 걸치고 헐레벌떡 나와서 지금은 전직원이 둑을 쌓고 있으니 이해해달라며 다시 가버렸다. 물난리 때문에 다른 일엔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우리 무역관의 바람도 홍수에 쓸려 가버렸다.

하늘엔 햇볕만 쨍쨍한데 말이다.

이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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