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재야지도자 아비올라 사망…사인의혹 소요일어

  • 입력 1998년 7월 8일 09시 25분


나이지리아 군사정부의 정치범 석방약속에 따라 곧 풀려날 것으로 기대되던 재야지도자 모슈드 아비올라(60)가 7일 민주화를 촉구하기 위해 방문중인 미국 대표단을 면담하는 도중에 돌연 사망했다.

지난 93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으나 군정에 의해 무효화되면서 투옥된 아비올라가 급사했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즉각 의혹을 제기하고 그의 세력기반인 라고스市에서는 소요가 발생하는 등 이 나라의 민주화에 불안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날 발표를 통해 아비올라가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간)께 미국 방문단 및 나이지리아 관리와 만나는 도중 갑자기 발병한 후 심장박동정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정부측은 아비올라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 그의 개인 주치의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위한 부검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비올라는 숨지기 직전 토머스 피커링 국무차관이 이끄는 미국 방문단 일행과 면담중이었으며 갑자기 심한 기침을 하다 쓰러졌다고 美 국무부 관계자가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아비올라는 즉각 병원으로 실려갔으며 의료진들의 집중적 구명노력에도 불구, 숨졌으며 그 전과정을 美방문단 일행이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또 아비올라가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살해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美대통령은 아비올라의 갑작스런 사망에 조의를 표명하면서 나이지리아 민주화 과정이 평화적이고도 건설적으로 계속되기를 나이지리아 정부측과 국민들에게 촉구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충격을 나타냈다.

그러나 아비올라의 딸 하프사트는 CNN 회견을 통해 의료진의 방치나 독살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사인에 대해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재야세력들도 극도의 실망감과 함께 전국적인 소요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날 아비올라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직후 그의 고향 도시인 라고스에서는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기 시작했으며 자동차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경찰에 돌을 던지는등 소요를 일으켰다.

인구 8백만의 라고스는 이곳 출신 정치인인 아비올라가 곧 석방돼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가 그의 급사 소식을 듣고 낙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편 지난달 9일 군사정부 지도자 사니 아바차가 사망함에 따라 새로 취임한 압둘살람 아부카바르 잠정통치평의회 의장(국가원수)은 이날 앞서 피커링 美국무차관일행과 만나 정치범 석방 및 민정이양 약속 이행문제를 협의했다.

피커링 차관은 이날 만남이 매우 생산적이고 가치있는 것이었다고 말해 회담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아비올라는 93년 대통령선거의 명백한 승자였으나 군사정권에 의해 무효화됐으며 몇개월뒤 사니 아바차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이후 군사정부는스스로 대통령임을 선언한 아비올라를 국가반역죄로 투옥했다.

지난 2일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아비올라를 포함,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혀 아비올라의 석방이 임박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연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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