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전화사 AT&T, 고속인터넷시장 석권 노린다

  • 입력 1998년 6월 26일 19시 31분


미국 케이블 TV 서비스사인 TCI의 회사장부만 보면 24일 세계 최대규모의 장거리전화회사 AT&T가 왜 4백80억 달러를 들여 이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TCI의 지난해 영업실적은 6억2천6백만달러의 적자였으며 누적 부채는 1백10억달러에 이른다. AT&T는 TCI와 TCI의 자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이 부채까지 고스란히 인수했다. 여기에다 TCI의 케이블 네트워크를 개량하는데 1백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어림잡아 5백80억달러를 쏟아붓는 AT&T의 이같은 시도에 대해 미 정보통신업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정보통신업계의 혁명을 몰고올 과감한 시도라는 게 중평이다.

이유는 AT&T가 케이블 전송망이 인터넷에 사용될 경우 제공할 수 있는 폭발적인 잠재력을 제대로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 구리선이 깔려 있는 미국의 전화망으로는 아무리 빠른 모뎀이 개발돼도 인터넷 접속을 고속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케이블 모뎀은 전화선 모뎀속도보다 3백배나 빠르게 자료를 전송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내 9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AT&T의 장거리통신망과 1천7백만 가정에 깔려 있는 TCI의 케이블망을 결합시킬 경우 인터넷을 통해 문자 음성 화상정보를 거의 동시간대로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AT&T는 계산하고 있다.

이럴 경우 AT&T는 벨 계열의 지역전화회사들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가정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화회사는 물론 인터넷서비스사 케이블TV사에 이르기까지 정보통신 관련업계를 완전히 평정할 날이 올 것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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