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사태 시나리오 4종]「시민혁명」성공할까?

  • 입력 1998년 5월 13일 20시 00분


필리핀 마르코스정권을 무너뜨린 ‘피플파워’가 재현될 것인가, 아니면 톈안(天安)문 사태와 같은 ‘못다핀 꽃’이 될 것인가.

이달초 물가폭등과 장기독재에 항의해 일어난 인도네시아 소요사태가 날로 악화해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인도네시아사태의 진전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군부 쿠데타〓수하르토대통령 자신이 66년 쿠데타로 집권한 것처럼 이 나라에서 군의 향배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없다

인도네시아 군은 헌법에 의해 통상적인 국방기능 외에 정치참여를 허용받고 있다. 의회 5백석 중 75석을 군이 차지한다.

군은 올 3월 7선 연임에 성공한 수하르토대통령의 변함없는 지지자이면서 동시에 그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다.

최근 수하르토에 대한 지지 여부를 두고 군부의 분열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군부 요직을 모두 수하르토 측근이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 군부가 개입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소요가 악화하고 국제적 압력이 거세질 경우 군부내 이슬람교세력을 선두로 군이 강경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등을 돌릴 가능성은 있다.

▼시민혁명〓지난날 인도네시아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있어도 이것이 시민봉기에 의한 정권교체로 이어질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다.

군부가 있는 한 웬만한 저항은 쉽게 분쇄할 수 있는데다 인도네시아를 절대빈곤에서 탈출시킨 수하르토의 치적을 인정하는 ‘침묵의 다수’도 존재하기 때문.더욱이 수권능력을 갖춘 야당세력이나 시민저항운동의 구심점이 약해 ‘피플파워’의 가능성은 약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을 보면 시위가 점차 조직화하고 있고 지식인 등 일반시민의 참여가 나타나면서 수하르토 퇴진을 포함한 강도 높은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어 총체적인 시민저항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군부의 묵인이나 지지 없이는 실패가 자명하다.

▼대타협〓수하르토대통령이 학생과 시민의 개혁요구를 대폭 수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용된 친인척을 내보내고 강도 높은 정치 경제수술을 단행하는 것이 그것이다.그러나 시위의 발단이 된 유류보조금 철폐 등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인데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긴축재정을 실시할 수밖에 없어 수하르토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대국민 유화책으로 몇가지 상징적인 개혁조치를 시행, 국민을 무마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강경진압〓학생운동단체와 시민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와 탄압으로 유혈사태를 불러오며 사태를 진압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일시적으로는 소요사태가 진정되겠지만 국민의 불만은 더욱 더 큰 폭발력을 갖고 내재했다 터져 정국변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보인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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