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책-영화서 「과거사」 비난戰

  • 입력 1998년 5월 10일 19시 58분


일제의 침략전쟁을 다룬 일본의 한 영화와 난징(南京)대학살을 다룬 중국측의 책을 둘러싸고 중일(中日)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차대전의 A급전범으로 체포돼 극동군사재판소에서 교수형 판결을 받고 48년 처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일본총리를 소재로 한 영화 ‘자존, 운명의 순간’과 미국에서 출판된 ‘난징대학살, 2차대전중 잊혀진 대학살’이 문제의 영화와 책자.

중국 언론들은 10일 일제히 “이달말부터 상영될 것으로 알려진 영화 ‘자존…’이 도조를 ‘평화를 애호한 인물’로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전범재판을 ‘패자에 대한 승자의 심판’이라고 왜곡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언론들은 도조의 손녀가 도조의 유골을 안고 영화 시사회장에 나타난 점도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주방자오(朱邦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공휴일인 9일 이례적으로 논평을 내고 “침략전쟁의 괴수 도조의 공덕을 기리는 영화에 대해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하고 “일본군국주의의 죄상은 산과도 같은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계 미국인 장춘루(張純如)여사가 최근 펴낸 ‘난징대학살…’은 현지답사와 역사기록을 참고로 일제가 저지른 난징대학살을 생생히 파헤쳐 미국사회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책. 그러나 이 책에 대해 사이코 구니히코(齋騰邦彦)주미 일본대사가 최근 “서술된 내용이 매우 부정확하며 사실과 다르다”고 발언, 중국측을 자극했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8일 성명을 통해 “일본 군국주의의 중국침략에 대한 일본측의 정확한 역사인식은 양국 관계의 중요한 정치적 기초”라고 전제한 뒤 “일본대사의 발언은 중일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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