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車업계 「새판짜기」시동…유수업체 잇단 합병-제휴

  • 입력 1998년 5월 8일 06시 50분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는 빅뱅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내외 자동차전문가들은 이번 빅뱅으로 인해 GM 포드 도요타 등 메이저업체에 몸을 의탁(합병)하는 군소자동차업체가 급증하고 업체끼리 이합집산하는 현상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조짐은 프랑스 최대 자동차업체 르노와 이탈리아 최대의 업체 피아트가 버스사업부문에서 합작하기로 했다는 데서도 벌써 나타나고 있다.

현대 대우 기아자동차 등 국내 업체도 21세기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업체와의 강력한 제휴관계는 물론 합병 마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지는 7일 이와 관련, 세계 자동차회사를 타업체를 인수할 능력이 있는 강력한 업체와 인수대상이 되는 취약한 업체로 분류했다. 강력한 업체로는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폴크스바겐 BMW 등을 거론했으며 인수대상 업체로는 닛산 스바루 현대 대우 기아 삼성자동차를 들었다. 취약한 업체는 강력한 업체들의 잠재적인 인수표적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 “도요타나 혼다 폴크스바겐 등은 일본의 군소 자동차업체를 합병해 몸집을 불려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심한 판매난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절박한 심정으로 해외 제휴선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국내 업체들은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막강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벽에 부딪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상황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6일 다임러―크라이슬러 합병 소식을 접한 일본자동차업체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독자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온 일본 업체들은 세계적인 규모로 확대되는 경쟁시대를 맞아 독자노선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아니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불리기에 합류해야 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

〈이희성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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