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옐친 와병길어지면 보좌진 「개입」전망

  • 입력 1998년 3월 18일 19시 29분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17일 또다시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담 등 모든 공식일정을 취소했을 정도로 와병중이어서 모스크바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옐친의 유고에 따른 러시아의 권력공백과 후계구도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러시아 헌법상 대통령이 유고일 경우 또는 집무가 불가능할 경우 공식적으로 2인자인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옐친의 유고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권한대행대신 ‘섭정상황’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옐친을 직접 보좌하는 발렌틴 유마세프 행정실장과 세르게이 야스트리젬스키 대통령대변인 등 2명의 실력자가 권력을 넘겨받는다는 것. 96년 옐친이 심장병 수술을 받았을 때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대행했으나 사실은 2인자였던 아나톨리 추바이스 당시 행정실장, 체르노미르딘총리, 옐친의 둘째딸인 타치아나 등 3인이 일시적으로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했었다. 옐친의 급작스런 사망 등 후임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문제는 달라진다. 모스크바는 옐친 후임을 노리는 권력투쟁에 휘말리게 된다. 크렘린궁의 실력자중 옐친과 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은 아직 없다.

뿐만 아니라 CIS내에서 국가별 독립을 요구하는 민족주의의 등장과 이로인한 내전의 재발 가능성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높다.

문제는 권력투쟁과 민족주의세력의 득세 등 두가지 상황이 겹칠 경우다. 서방국가는 러시아에 통제불능의 상황이 생길 경우 모처럼 정착된 평화적 국제질서가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방측이 불만스럽지만 옐친을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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