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가,『이라크공습땐 세계대전 발발』옐친 발언 발칵

  • 입력 1998년 2월 5일 20시 28분


4일 워싱턴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이라크 공습은 세계대전을 유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발언내용이 와전된 것이라는 러시아의 즉각적인 해명이 있었지만 옐친의 발언은 구소련의 붕괴 이후 처음으로 들어보는 미국에 대한 강력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순방외교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무력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신통치 못했다는 ‘고립감’이 들던 터여서 더욱 반응이 민감했다.

러시아측의 해명 이후에도 ‘진짜’ 옐친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미국인들의 전화가 백악관과 국무부에 빗발쳤다.

그동안 미국은 유엔무기사찰단의 대통령궁 8개소에 대한 접근을 허용치 않고 있는 이라크에 대해 공습압력을 점증시켰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프랑스가 3일 이라크로부터 조건부 사찰허용 방침을 받아내는 등 평화적 해결을 추구해왔다.

7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나가노 동계올림픽조직위가 평화를 존중하는 올림픽 정신에 입각, 올림픽 기간에는 무력공격을 피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등 미국은 각종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완전하고도 즉각적인 사찰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군사공격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공화 민주 양당의 초당파적 결의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공습을 위한 미국으로서는 공격을 위한 수순을 착착 밟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고민은 이라크의 어디를 얼마만큼 아프게 치느냐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과 트렌트 로트 상원 원내총무 등 공화당 지도부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내거나 그의 대량파괴무기계획을 영원히 종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후세인이나 그의 혁명수비대를 공격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군부는 걸프전당시 공격을 중도에서 멈춰 후세인의 권력을 다시 강화하는 화근을 남긴 것을 비판하면서 이번에는 확실히 후세인 제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악관은 과다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가뜩이나 군사공격에 비우호적인 국제사회의 여론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공격목표를 군사시설이나 무기공장으로 제한하려 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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