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화교 엉뚱한 「화풀이대상」…물가폭등여파 애꿎은 표적

입력 1998-02-04 19:42수정 2009-09-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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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은 어딜 가나 서러워!’ 통화위기와 이로 인한 경제난으로 나라가 결딴날 지경인 인도네시아에서 화교(華僑)가 엉뚱한 ‘희생양’이 되고 있다. 화교는 인도네시아 전체인구 2억2천여만명의 3%에 못미치면서도 이 나라 경제의 7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화교들이 경제위기와 실업급증에 따른 소요 약탈 폭동의 와중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인도네시아에는 단일국가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5백여만명의 화교가 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수하르토정권아래서 인도네시아 경제부흥에 많이 기여하기도 했지만 적잖은 차별대우도 받아왔고 국가적인 위기때마다 현지인들로부터 불만 해소의 대상이 되곤 했다. 60년대 이후 한때 화교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중국어 사용을 금지당하기까지 했다. 최근 자바섬 등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반정부 소요와 함께 약탈 방화 등이 잇따르면서 특히 화교상점들에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 혼란 속의 표적이 된 화교들은 황급히 상점문을 닫기 시작했고 화교가 아닌 상인들은 ‘인도네시아인 가게’라는 간판을 내거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화교들에게 연중 가장 큰 명절인 춘절(설)축제 금지령이 내려진 곳도 있다. 화교는 인도네시아 일반시민 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도 박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최근 “화교기업인 13명이 달러의 루피아 환전을 촉구한 정부 시책을 무시하고 있다”고 공개비난했다. 일부 TV는 이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사태가 험악해지자 보따리를 싸 인도네시아를 떠나는 화교들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경제실정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소수민족인 화교를 박대, 국민의 관심을 딴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난여론도 일고 있다. 〈이호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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