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9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미국백악관 상황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샌디 버거 대통령국가안보담당보좌관 그리고 이날의 브리핑을 맡았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미국 최고위 관리들의 비밀회합 주제는 한국 금융위기.
이 자리에서 루빈 장관은 『은행들이 한국에 대해 채무상환을 연기해줄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한국도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참석자들은 「미국도 한국지원을 가속화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오후 이 계획을 승인, 주말에 립튼 재무차관을 한국에 급파했으며 서머스차관은 서방선진7개국(G7)들과의 연락을 맡았다.
사실상 이 모임으로 한국의 채무불이행 선언 가능성은 사라졌다. 닷새 뒤인 24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 미국과 일본의 서방선진국들은 1백억달러의 긴급자금을 한국에 추가지원키로 합의했다.
이 사이 또다른 결정적 만남은 22일 국민회의 당사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와 립튼 미 재무차관의 최종담판. 김 당선자는 정리해고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뒤 『나의 최우선 순위는 한국경제의 경쟁력회복이며 직업안정은 두번째』라고 말해 클린턴 행정부를 안심시켰다. 이것은 국제금융계에도 한국이 진정 폐쇄적이고 빚에 쪼들리고 있는 경제를 개혁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신시킨 계기가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국제사회가 지난 10일간 비밀스럽고 신속하며 그리고 상호 공감 속에서 한국지원 방침을 굳힌 과정을 자세히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주 결정적 시기가 도래하자 선진국 은행들과 재무장관들은 한국구제가 채무불이행보다 비용이 덜 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루빈 장관은 한국이 망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성 자체가 유실될 우려가 있다는 결론을 내려 구제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에 앞서 올브라이트, 코언 장관 등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안보환경을 이유로 한국지원 가속화를 일찍부터 요구했다는 것.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