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지는 26일 미국으로 이주한 많은 한국계 이민자들이 한국의 경제호황시절에는 이민을 후회했으나 요즘은 한국의 경제위기를 보면서 새롭게 미국생활의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의 르포기사에서 『과거 한국에서는 미국이민이 구걸행각에 나서는 것으로 비춰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한국의 가난이 이들의 이민을 정당화시켜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뉴욕에서 책방을 하고 있는 이민자 최모씨의 말을 인용, 『과거에는 한국인들이 이민자들을 거지라고 말하곤 했으며 이민자들도 자신의 선택을 100% 확신할 수는 없었다』며 『이제는 이민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에서 에이스 골프숍을 운영하는 이민자 김씨는 『93년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난 한국인들은 「자 저기 미국인 거지가 한명 있다. 그에게 맥주나 한잔 사줄까」라고 말했다』면서 한국인들이 이민자들을 비웃었다고 했다.
타임스는 이같은 씁쓰레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민자들이 한국의 경제위기에 대해 고통과 분노 그리고 수치심을 함께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1백달러 고국에 송금하기」 등 조국을 돕는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스는 한국이 한창 번창하던 90년대 전반에 이민자들은 모국 친인척들이 돈을 물쓰듯 하면서 이민자들을 멸시하는 태도에 분개하면서 낭비가 무서운 결과를 가져 올수있다고 충고했는데 이번에 한국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면서 그같은 충고가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타임스는 그밖에 한국에서 유학와 흥청망청 돈을 쓰는 한국학생들에 대한 이민자 자녀들의 반감과 관련, 컬럼비아대 기숙사에서 있은 한국인 유학생들과 이민자 학생들과의 대화내용도 전했다. 브라이언 장이라는 이름의 한 이민자 학생은 한국유학생들이 부모의 돈으로 값비싼 차를 구입하는 등 「구역질나는」 여러가지 사례를 예로 들며 『여러가지 면에서 나는 한국이 너무나 빠른 시일내에 부자가 되어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