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조선족, 러-서구식 改名 붐…학생-청년층중심 확산

  • 입력 1997년 11월 25일 19시 47분


안나(安娜) 소나(素娜) 니나(尼娜). 러시아 여인을 연상케 하는 이들 이름은 중국거주 조선족 동포들의 새 이름이다. 요즘 중국의 조선족들 사이에서 고유한 이름을 중국 러시아 서양풍 등으로 고치는 개명붐이 불고 있다. 연변일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시의 경우 올해 들어 11월초까지 1천2백64명이 개명절차를 밟았으며 93년 이후에만 6천3백여명이 이름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개명자들은 대부분 16세미만의 학생 및 사회생활이 활발한 청년층. 이들이 선호하는 새 이름은 전통적인 중국식이나 러시아 혹은 서양풍이 대부분이다. 나(娜)자 돌림은 중국의 한족(漢族)들이 즐겨쓰는 글자이나 발음은 러시아풍으로 중국과 러시아식의 절충형인 셈이다. 주나 란나 래나 인나 디나 등이 여기에 속한다. 봉양(奉楊) 사성(思聖)처럼 이름만 보면 순수 중국인으로 여겨지도록 개명한 조선족들도 많다. 드물지만 노(野)와 다(田)로 발음되는 글자를 끼어넣어 일본식의 4자 이름을 짓는 경우도 있다. 조선족들이 이처럼 우리 민족의 고유한 이름을 버리고 외국식으로 개명하는 것은 개혁개방이후 외부와의 접촉이 확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소수민족의 불리함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조선족임을 감추고 싶어하는 심리가 발동된다는 것. 〈베이징〓황의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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