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6년만에 「잊혀진 고향」 일본을 방문한 북한거주 일본인 처 15명이 14일 『건강하게 돌아갑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나리타(成田)공항을 떠나 귀국길에 올랐다.
이들은 일본에서 고향을 찾아 성묘하고 친지 및 동창과 재회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또 두 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방문 소감을 비교적 솔직히 털어놓았다. 젊은 나이에 사랑을 좇아 고향을 떠난 뒤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돌아와서인지 감개무량한 표정이 역력했다.
폐쇄된 북한체제에서 수십년간 살아와서인지 어색한 장면도 없지 않았으나 이들은 대체로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특히 기자회견에서의 김정일(金正日)에 대한 의례적인 찬사발언을 제외하면 북한 체제선전은 예상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형제 자매와의 감격적인 상봉이나 부모의 무덤앞에서 눈물을 훔치며 참배하는 모습은 한국이나 일본의 여느 여성들과 다를 바 없었다.
이번 고향방문은 일본사회에 뿌리깊은 민족차별의식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도 됐다. 일본인 처 대표단이 13일 기자회견에서 불만을 털어놓았듯이 15명중 7명의 일본명이 일본내 가족들의 거부로 공개되지 못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이같은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본인 처 고향방문은 앞으로 인도적 차원의 추가방문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북―일(북―일)수교협상에도 도움을 주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는 평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