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무기사찰단에서 미국인을 제외하라고 요구하면서 미국의 U2 정찰기를 격추 시키겠다는 이라크의 위협을 중동의 안정을 깨는 중대한 도발로 간주한다. 이라크는 7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후세인의 국내입지 강화 △반(反)이라크 동맹체제 와해 등을 노리고 미국사찰단을 문제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사찰단에서 미국인을 제외하라는 요구는 91년 걸프전 직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배한 것이며 이는 이라크가 은밀히 생화학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유엔 사찰단은 지난 7년 동안 이라크내 무기사찰 요청의 50%가 거부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라크는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쓰러뜨리기 위해 UNSCOM을 정탐 도구로 삼는 한편 상황을 악의적으로 국제사회에 알려 경제제재를 연장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 UNSCOM이 활동을 시작한 91년 이후 지금까지 32%가 미국인으로 충원됐으며 사실상 미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및 CIA의 도구라고 주장했다.
이라크는 또 이번 대립을 오랜 경제제재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라크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라크 보건부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7년간 1백20만명의 국민이 의약품 및 식량 부족으로 사망했다.
경제제재 해제까지는 못 가더라도 최소한 유엔을 분열시키기만 해도 이라크에는 큰 성과다. 미국인 사찰 요원에 대해서만 활동을 거부하는 등 유엔이 아닌 미국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이같은 의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고진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