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日人妻 訪日]감격-설렘-불안-초조 『범벅』

  • 입력 1997년 11월 9일 19시 55분


8일밤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잊혀진 모국」 일본땅을 32∼56년만에 밟은 북한거주 「일본인 처」 고향방문단 15명의 표정에는 감격과 설렘, 불안과 초조가 뒤섞여 있었다. 수십년만에 고향을 방문하는 기대감과 폐쇄된 북한체제에서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범벅이 된 것이다. 방문단중 이미현씨(일본 이름은 비공개) 등 일부는 마중나온 일본내 친척을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으며 보도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당황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들의 옷차림은 북한 당국이 특별히 신경을 쓴듯 모두 한복이나 양장으로 말끔했다. 입국 직후 공항에서 이루어진 기자회견에는 미리 선발된 대표 4명만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꿈에도 그리던 가족과 친척을 만날 수 있게 돼 가슴이 벅차다』며 고향방문에 대한 기쁨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가장 먼저 부모님 묘에 찾아가 성묘를 하고 싶다는 답변도 나왔다. 그러나 체제의 한계에서 오는 판에 박힌 대답도 적지 않았다. 『장군님(김정일)의 은혜로 고향에 올 수 있었다』 『공화국에서 차별도 없이 행복하게 살아왔다』 『(북송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북조선을 지상낙원으로 생각한다』는 대답이 이어졌다. 일본 언론들의 관심은 대단해 공항에 1백50여명의 보도진이 몰려들었으며 9일자 조간신문들은 여러면에 방문단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도착 기자회견의 분위기로 보아 방일단이 북한생활과 관련해 그들의 심경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기회를 갖게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당국은 행방불명이나 망명희망 등의 돌발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특별대책을 마련, 관계기관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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