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대방송,「北기근 보도」 감정싸움

  • 입력 1997년 10월 2일 20시 20분


미 CBS방송은 1일 밤 (현지시간) 새로운 뉴스시사 프로그램인 「퍼블릭 아이」 첫회 방송을 통해 북한의 기근 참상을 10분가량 전했다. 지난달초 미 민간구호단체인 아메리케어스와 함께 최초로 북한을 비행한 미 전세기편에 동승했던 CBS의 피터 밴 샌트 기자는 평양시내의 한 고아원에서는 굶주린 어린이들이 『울지도 않았다』고 전하고 『울어봤자 아무런 보상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샌트 기자는 또 『이들 어린이는 부모가 굶어 죽었거나 너무 허약해서 자녀들을 돌볼 수 없었기 때문에 고아원에 맡겨졌다』면서 『그러나 음식과 사랑마저 부족해 그들의 인생은 시작하기도전에 끝장난 것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CBS는 또 철로변에 몇 사람들이 누워있는 것을 보여주며 굶어죽은 것으로 보이는 시체라고 덧붙였으나 화면상으로 이들이 시체인지 여부를 식별하기 어려웠다. 전반적으로 CBS 방영내용은 예고만 요란했을뿐 전에 보도된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대신 이 보도를 둘러싸고 미국내 양대 방송인 CBS와 ABC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 오히려 미국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CBS가 충격적인 북한현장을 보도한다는 예고방송을 대대적으로 내보내자 ABC가 선수를 쳐 자사 기자가 취재한 북한 보도물 일부를 방송한데서 비롯됐다. ABC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CBS가 1일 북한소식을 방영하는 시간대 직전에 또다시 북한사회의 기근모습을 일부 서둘러 공개해 시청자들의 눈을 끌어갔다. CBS방송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 뉴스시간에 이 회사대변인을 등장시켜 『ABC의 행동은 비신사적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ABC방송측은 『단순히 우연에 의해 빚어진 일이며 우리는 다른 어떤 방송보다 먼저 북한취재 보도를 예고했었다』고 말했다. 어쨌건 이 싸움 덕분에 북한의 기근실상은 더 넓게 미국사회에 알려지게 됐다. 〈뉴욕·워싱턴〓이규민·홍은택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