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림 조카딸 서방언론회견]어머니 행방엔 함구

  • 입력 1997년 10월 1일 19시 55분


북한 김정일(金正日)의 처 성혜림(成惠琳)의 질녀로 95년 어머니 성혜랑(成惠琅)과 함께 제네바에서 잠적했던 이남옥(31)이 1년8개월만에 서방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지난 2월 피살된 이한영의 여동생. 이남옥은 지난달 30일자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지와의 회견에서 『외국에서의 교육으로 새로운 이념에 접하고 조국 생활에 회의를 갖게 됐다』면서 김정일이 자신의 가족에 대한 식량공급을 중단하자 망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나는 왜 조국을 떠나야 했는가」라는 제목으로 중간면 전면에 그녀의 뒷모습 사진과 함께 인터뷰기사를 실었으나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일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인터뷰 장소가 유럽 어느 지방 변호사 사무실이라고만 밝혔다. 다음은 기사의 요약. 이남옥은 92년4월 모스크바에서 병치레를 하고 있던 이모 성혜림을 위해 쇼핑을 해 준다는 핑계로 평양을 떠나 모스크바로 간 뒤 다시 제네바로 가 잠적했다. 그녀는 자신의 잠적계획을 어머니에게만 얘기했으며 김정일에겐 간단한 편지를 남겼다. 그녀는 편지에서 「떠나기로 결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나를 찾으려고 하면 외교가에서 당신의 가족중 한 사람이 사라진 것을 알 것입니다. 물의를 일으키지 말아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10세때 김정일의 사저로 들어가 김정일과 이모 사이에서 난 남동생 김정남을 돌보도록 요청받았다. 이남옥은 김정남이 어려서부터 부실한 증세를 보였으며 10대 후반에 벌써 심한 술꾼이 되는 등 『통제가 어렵게 변해갔다』고 말했다. 그녀는 귀국후 김정일이 일본인 피가 절반 섞인 여자와 가정을 꾸며 또다른 아들을 포함한 3명의 자식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김정일은 김정남의 술주정이 일반주민에게 알려질 정도에까지 이르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식량공급을 중단했으며 이 때문에 망명을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녀는 현재 위조여권에다 한 서방인의 보호로 유럽의 한 지방에 은신하고 있다. 이남옥은 김정일의 사저에서의 생활을 책으로 엮을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이 책은 「황금새장」이란 제목으로 역사가 이모겐 오닐이 집필하며 맥밀런출판사가 내년에 출간할 예정이다. 〈런던〓이진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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