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機 추락]한국인 21명등 63명 사망…3명생존說

  • 입력 1997년 9월 4일 11시 30분


승객과 승무원 등 66명을 태운 베트남 항공 소속 러시아제 TU-134 여객기가 3일 오후 1시50분께 (한국시간 오후 3시50분) 폭우 속에 캄보디아의프놈펜 근교 포첸통 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 한국인 21명을 포함하여 최소한 63명이 숨졌다고 캄보디아 관리들이 밝혔다. 사고 항공기에는 캄보디아 국립 의과대학에 의료기기를 기증하기 위해 프놈펜으로 가던 원광대 의대 동창회장 金奉奭씨(36)등 원광대 의료팀 관계자 6명을 포함,한국인 21명이 타고 있었으나 전원 사망했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대만인 22명, 한국인 21명, 중국인 8명, 캄보디아인 4명, 베트남인 2명, 일본인 1명, 호주인 1명,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유럽인 1명등 60명이 사망했으며 나머지 사망자는 국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생존자는 다리 골절상을 입은 한살 난 태국인 어린이 1명 뿐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훈 센 총리는 태국 어린이 외에 2명의 탑승자가 구조돼 병원에 입원중이라고 말했으나 상세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고 항공기는 이날 악천후로 첫 착륙에 실패한 뒤 2차 착륙을 시도하던중 프놈펜 시내에서 약 10㎞ 떨어진 포첸통 공항 활주로 부근 논에 떨어졌으며 추락 직후폭발, 꼬리 부분을 제외한 기체 대부분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났다. 사고기는 추락 직후 발생한 화재로 한 시간이상 화염에 휩싸였으며 현장에는 검게 그을린 기체 주변으로 튕겨져 나온 희생자들의 시신이 논바닥 위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일부 시신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손상돼 있었다. 공항 활주로에서 1㎞ 떨어진 사고 현장에는 추락 직후 수백명의 인근 마을주민들이 몰려 흩어진 화물들과 희생자들의 주머니를 뒤져 달러와 옷, 귀중품 등을 약탈했다. 일부 경찰들 조차 약탈대열에 참가했으나 캄보디아군의 통제가 시작되면서 약탈행위는 중단됐다. 팃 찬타 포첸통 공항 관제소장은 공항 동쪽으로 접근하던 사고기에 대해 고도 6백m(2천피트) 지점에서 공항 서쪽으로 접근 방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갑자기 약 3분간 통신이 두절된 뒤 야자 나무와 충돌했다고 밝혔다. 사고기는 이어 대나무 등이 울창한 숲으로 떨어지면서 논바닥을 2백m이상 미끌어진 뒤 폭발했다. 사고 직후 소방차가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유일한 진입로인 비포장 도로가 비좁고 쏟아진 비로 진흙탕이 돼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사고기에는 한시간 이상 화재가 계속됐다. 구조대는 3일 자정 현재 49구의 시신을 수습, 병원으로 옮겼으며 4일 중으로 시신 발굴을 완료할 계획이다. 훈 센 총리와 함께 시신이 안치된 프놈펜의 칼메테 병원을 방문한 웅 후옷 공동총리는 사고기의 블랙박스 두개중 한개가 회수됐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곧 외국인 전문가들을 초청, 사고 원인 분석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관리들이 밝혔다. 훈 센 총리와 웅 후옷 총리는 『이것은 사고이며 커다란 비극』이라고 말하고 5일을 애도일로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를 낸 TU-134機는 2개의 엔진이 장착된 중거리 전용 항공기로 지난 60년대 蘇聯에 의해 개발됐으며 일부 동구 국가들에서는 지금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TU-134기는 베트남 항공의 주력 항공기였으나 베트남 항공은 최근 사고기를 제외한 모든 TU-134기를 서방 항공기로 대체했다. 한편 포첸통 국제공항은 지난 7월 내전으로 공항시설이 파괴되고 관제시설이 약탈당한 뒤, 서둘러 복구됐으며 일부 항공사는 안전시설 미비로 내전 이후 운항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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