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 부부의 미국 망명이 확인되면서 이 문제가 北―美(북―미)관계에 미칠 파장, 그들의 장래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대사 망명은 절차적으로 문제는 없다. 적어도 외형상 다분히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이뤄졌다. 본인이 카이로에 있는 미대사관에 망명 신청을 했고 이를 미국이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중국의 북경(北京)주재 한국대사관에 들어가 한국행을 희망한 黃長燁(황장엽)씨의 경우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것은 곧 망명 의사와 행선지를 둘러싼 분쟁의 소지가 없음을 의미한다.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이 동원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망명 동기에 대해서는 장대사의 자발적인 망명의지를 강조하는 쪽과 「CIA의 공작설」에 더 비중을 두는 쪽이 맞서 있다.
그러나 미국정부에 밝은 한 소식통은 큰 아들 철민군(19)의 잠적 이후 아들에 대한 인간적인 고뇌가 북한체제에 대한 환멸과 섞이면서 망명을 결심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CIA가 북한의 중동 미사일 수출망에 밝은 장대사를 노렸다는 분석에 대해 『외교관은 통상 체제 깊숙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미국이 북한 외교관을 상대로 공작을 펼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장대사가 미대사관에 망명의사를 타진할 경우 CIA가 처리를 담당하는게 관례다.
장대사 부부의 앞으로 삶과 활동에 대해서는 몇가지 유추가 가능하다. 황장엽씨처럼 자신을 드러내고 북한체제 비판의 선도역을 자임할 수도 있다. 아니면 10여년전 납북됐다가 미국정부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했던 申相玉(신상옥) 崔銀姬(최은희)씨 부부처럼 미국에 거주하되 공개적인 활동 없이 사실상 은둔한 채로 살아 갈 수도 있다. 또는 金正日(김정일)의 처 성혜림의 언니 성혜랑의 경우처럼 완전히 행방을 감춰버릴 수도 있다.
관계자들은 장대사의 미래는 미국의 대(對)북한정책과 북―미관계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대사의 망명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가 당장 경색되리라는 전망은 거의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황장엽 쇼크」에도 불구하고 4자회담의 틀이 깨지지 않았음에 주목했다. 식량난과 한국정부의 줄기찬 평화공세 앞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밖에는 탈출구가 없는 북한이 장대사의 망명을 이유로 4자회담의 틀을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