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紙,한국 항공업계 문제점 지적]낡은장비-경험미숙많다

  • 입력 1997년 8월 8일 19시 46분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지는 7일 KAL 801편의 추락사고와 관련, 미국 항공관리들은 한국의 민간 항공업계는 △장비의 노후화 △권위적인 조종실 문화 △승무원들의 경험 미숙 등 세가지 점에서 문제가 많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이 한국의 항공업계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이고 신랄한 문제제기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장비의 노후화〓미국항공사들은 95년12월 보잉 757기의 콜롬비아 추락 사고로 승객 1백60명이 목숨을 잃은 후 1천1백여대의 최신 지상근접경고시스템(EGPWS)을 구입했다. 한국 항공사들은 이런 장비들을 구입하지 않았다. EGPWS는 조종사가 착륙을 시도할 때 지상에 있는 장애물에 대한 경고를 미리 해줌으로써 충돌이나 오착륙을 피하게 해준다. 그러나 KAL 801편에 설치됐던 것으로 믿어지는 구형 지상근접시스템은 이런 경고시간이 매우 짧아 충돌 직전 10∼30초밖에 되지 않는다. 올해 초 앨 고어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한 항공안전위원회는 미국의 모든 민간 항공기에 EGPWS를 설치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조종실의 의사소통 문화〓한국의 경우 조종실에서 후배 조종사가 선임 조종사에게 운항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무례한 일로 간주된다. 조종실에서의 이같은 「예의」는 안전에 치명적이다. 서방의 항공안전 관리들은 젊은 조종사들에게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때는 행동을 취하도록 가르쳐왔다. 미국의 조종사들은 선임조종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도록 교육받고 있으나 한국은 선임조종사가 왕(王)이라고 시애틀의 국제항공훈련센터의 에이미 로빈슨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정보와 계기로 가득차 있어 조종실에서 이를 한 사람이 모두 컨트롤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험 미숙〓대부분의 한국 조종사들은 미국산 비행기를 조종하도록 훈련받는데 비행경험이 3백∼5백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신참 부조종사라고 해도 비행시간이 1천5백에서 3천시간은 된다. 미국항공안전재단(FSF)의 보브 밴달은 세계적으로 질 좋은 항공훈련학교가 많은데도 한국의 조종사들은 비행 경험이 짧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항공학교를 졸업한 뒤 얼마 안돼 크고 신형인 비행기의 조종석에 곧바로 앉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그 정도로 짧은 비행경험을 가진 조종사는 작은 비행기를 몰게 돼 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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