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탈출기]약탈당한 공항 철수인파 북새통

  • 입력 1997년 7월 11일 20시 59분


캄보디아 유일의 국제공항인 프놈펜 포첸통공항. 11일 오후 2시50분(현지시간)포첸통발 호치민행 소형 베트남 항공기의 좌석 62개는 빈자리가 한석도 없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이륙에 성공하자 승객들은 전화(戰禍)로 얼룩진 프놈펜시를 무사히 빠져 나와 『이제 살았구나』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총소리, 포성, 탱크의 캐터필러 소리, 총상을 입은 사람들의 신음소리, 군인들의 약탈과 방화, 두절상태의 교통…. 「킬링필드」의 악몽을 겪은 이 나라에 다시 공포의 살육전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공포가주마등처럼지나갔다. 7개 항공사가 취항, 하루 1천5백∼2천명의 이용객들로 붐비던 포첸통 공항건물은 폐쇄된 채 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통상적인 출입국 통관절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무장한 군인들이 공항 정문에서 탑승객들의 여권과 항공기표를 검사한 후 들여보냈다. 공항구내를 가로 질러 걸어가 비행기에 탑승토록 했다. 포첸통 공항은 어이없는 이유로 기능이 정지되고 있었다. 내전중 이곳을 장악한 훈 센제2총리측 군인들이 자국의 「얼굴」인 국제공항의 관제탑 통신장비부터 공항내 각종 컴퓨터까지 닥치는 대로 전리품을 챙기듯 약탈해 갔기 때문. 면세점도 약탈대상이 돼 물건은 간데온데 없고 진열대는 텅비어 있었다. 관제탑의 통제기능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듯 깃발을 든 군인들이 수신호로 비행기를 인도, 군용기 등을 이착륙시키고 있었다. 여객기는 태국과 베트남 그리고 캄보디아 항공기만이 9일부터 운항을 재개했다. 태국 말레이시아의 군용기도 승객들을 실어 날랐다. 공항은 탈출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시내의 항공사 사무실도 마찬가지였다. 항공사는 평소보다 2,3배 가량 비싸게 항공권을 팔았다. 바가지요금이지만 하루 빨리 캄보디아를 떠나야 하는 외국인들은 어쩔 수 없었다.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 중 일부는 공항에 몰려와 표를 구하기 위해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공항의 철조망 밖에는 많은 캄보디아인들이 몰려나와 출국하는 외국인들을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었다. <이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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