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유세희/중국「一國兩制」에 쏠린 눈

  • 입력 1997년 6월 30일 20시 50분


한때 영국의회마저 포기할 의사를 보였던 조그마한 어촌이 세계 4위의 금융센터, 5위의 외환시장, 7위의 무역중심지로 둔갑해 오늘 새벽 중국에 되돌려졌다. 홍콩의 귀속을 중국인들은 황금빛의 용(龍)이 붉은 여의주를 무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이는 여의주인 홍콩이 지금까지 그랬듯이 중국과 함께 조화를 부려 앞으로도 많은 재복(財福)과 번영을 중국에 가져올 것을 기대하는데서 기인한다. ▼ 남북통일의 모델은… ▼ 실제로 중국은 홍콩의 경제력과 합침으로써 세계 11위의 교역국가에서 4위로 뛰어오르게 됐으며 총 국내생산고와 외환보유고에서도 경제대국이 됐다. 그 뿐만 아니라 앞으로 홍콩은 대륙이 필요로 하는 외부로부터의 투자의 핵심창구 역할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중국의 여러 산업부문, 특히 산업발전의 기초가 되는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 확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 매우 낙후된 중국의 금융 보험산업을 크게 발전시키고 내수시장의 광역화와 현대화를 가져올 것이다. 홍콩의 귀속은 그동안 중국이 조용히 추진해온 화남(華南)경제권과 대중화(大中華)경제권 형성에도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전망 때문에 벌써 오래 전부터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위협론이 적지 않게 대두돼 왔다. 그러나 홍콩반환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열강에 의해 함께 침탈을 당했고 식민통치의 결과로 아직도 허리가 잘려 있는 우리로서는 홍콩의 중국귀속을 진심으로 축하해야 할 줄로 믿는다. 홍콩의 귀속은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지만, 제일 큰 관심은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성공여부다. 세계제일의 경제적 자유를 바탕으로 서구자본주의 효율성의 극치를 이루어왔던 한 지역이 어느날 갑자기 동양식 사회주의체제에 인계돼 관리되는 일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중국의 홍콩경영방식은 이질적인 두 체제가 통합돼야할 남북한 통일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홍콩의 자율성 보장에 대한 중국정부의 약속이행여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견해와 낙관적인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비관적인 견해는 홍콩귀속에 따라 앞으로는 홍콩의 「정신오염적」요소가 보다 쉽게 내륙으로 침투함으로써 「대륙의 홍콩화」가 야기될 것이고, 이런 우려 때문에 홍콩에 대한 중앙정부의 간섭, 즉 「홍콩의 중국화」시도는 불가피하리라는 것이다. ▼ 「중국의 홍콩化」불가피 ▼ 그러나 「중국의 홍콩화」와 「홍콩의 중국화」가 반드시 대립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중국의 지도층은 경제에 관한한 전국토의 홍콩화를 바라고 있고, 이를 위해 상당한 정치적 비용을 감수해야 될 것까지도 생각하는 듯하다. 이것이 곧 중국인 특유의 현실주의와 합리주의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특유의 정향과 행태는 벌써 오래전에 힘으로 홍콩을 되찾아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까지 기다림으로써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지 않은 지혜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제부터 전세계는 홍콩의 변화를 눈여겨 볼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라도 중국은 홍콩에 대한 약속을 지키려 노력할 것이고, 상당기간 홍콩은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홍콩 역시 변할 수밖에 없다. 홍콩에 영향을 줄 중국 자체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듯이, 실로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유세희(한양대 아태지역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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