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클럽 獨순회통일간담회]北「김정일논문」발표 체제단속

  • 입력 1997년 6월 23일 20시 04분


북한의 金正日(김정일)이 심각한 식량위기와 권력승계를 앞둔 「미묘한」 시점인 최근 장문의 논문을 발표, 동요하는 북한체제의 단속에 나섰다. 북한 중앙방송이 최근 김정일 명의로 발표한 「혁명과 건설에서 주체성과 민족성을 고수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주체성」과 「민족성」을 새로운 시대 혁명노선의 확고부동한 원칙으로 강조한 것이 핵심 요지. 이는 북측이 예전부터 강조했던 「계급성」과 「국제적 연대성」을 통한 문제해결보다 대외적으로는 「주체성」을, 대남전략 차원에서는 「민족성」의 입장을 견지하는 대내외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0년10월 「우리의 것을 많이 출판할 데 대하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발표된 김정일의 논문과 담화는 1백80여편. 정부당국은 일단 이번 논문이 「주체사상」과 「우리식 사회주의」고수라는 기존 김정일논문의 큰 틀을 뛰어넘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논문에서 『제국주의자들의 원조는 하나를 주고 열, 백을 빼앗아 가기 위한 약탈과 예속의 올가미』 『제국주의자에 대한 환상과 공포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 것은 각국의 식량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당정간부나 주민들의 사상적 해이를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계급혁명」보다는 「민족 대단결」을 강조함으로써 남한의 대선정국을 겨냥한 반미 반정부 투쟁방향을 제시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결국 이번 논문에서 김정일은 북한이 처한 난국을 사상강화와 내부단결로 극복하는 동시에 대남면에서는 제국주의적 음모를 경계하는 대신 「민족 대통일전선」을 통한 통일전선전술로 접근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는 것이 정부당국자의 설명이다. 〈정연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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