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위층에 「이」스파이 침투…도청통해 포착 『발칵』

  • 입력 1997년 5월 8일 20시 07분


세계 최정예 첩보기관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모사드가 역시 최정예 방첩기관인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에 꼬리를 잡혔다.

지난 1월 워싱턴에 있는 모사드 요원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본부에 있는 상관과 통신감청을 방해하는 비화기가 부착된 전화를 이용, 헤브루어로 비밀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이 대화내용은 그대로 감청되어 공군중장인 NSA 국장의 책상에 올라갔다. NSA의 통신감청실태가 알려진 것은 중국정부와 주미 중국 대사관간의 교신을 엿들어 중국이 지난해 가을 미국선거에 불법개입하려 했다는 단서를 포착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

수사권이 없는 NSA는 중앙정보부(CIA)대간첩본부와 연방수사국(FBI)에 통보, 간첩색출 작전이 내밀히 진행됐다. 이번 수사의 초점은 「메가」라는 암호명을 갖고 있는 정보원을 찾아내는 것. 하지만 수사가 5개월째 답보를 거듭하는 가운데 이같은 내용이 7일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됐다.

이 신문에 따르면 워싱턴에 있는 모사드요원은 주미 이스라엘 대사인 엘리아후 벤 엘리사르가 「메가」를 통해 지난 1월16일 워런 크리스토퍼 당시 국무장관이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에게 보낸 서신을 입수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텔아비브에 있는 상관은 『이 건(件)은 「메가」를 이용할 만한 게 아니다』고 반대했다. 벤 엘리사르 대사 역시 과거 10년이상 아랍권에서 비밀공작에 종사해온 모사드출신.

이 대화는 「메가」라는 인물이 극비외교서류를 입수할만한 고위직 관리로 이스라엘을 위해 암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이 발칵 뒤집혀 추적수사에 나선 것. 이 보도는 양국 관계를 경색시킨 지난 86년 조나단 제이 폴라드의 악몽을 재연하는 것이다. 미국 해군정보분석관이었던 폴라드는 1년동안 1천건에 달하는 비밀을 이스라엘에 넘겨줬다가 체포되어 종신형을 언도받아 지금도 감옥에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우리는 미국에서 첩보활동을 중단한지 오래됐다』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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