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재민돕는 「익명의 천사」,5천가구 2천달러씩 전달

  • 입력 1997년 5월 2일 20시 07분


미국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포크스는 사상 최악의 홍수에다 화재까지 겹쳐 도시 전체가 물속에 잠기고 건물들은 불기둥에 재가 돼버린 유령의 도시. 물이 빠지면서 돌아온 주민들은 재기불능의 실의에 빠져있었다. 하늘의 재앙에 천사의 손길이 뻗쳤다. 1일 그랜드 고교 앞에는 주민 2백여명이 천사의 선물을 기다리며 줄 서 있었다. 선물은 2천 달러짜리 수표. 이 도시 주민들은 이 수표를 주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천사」라고 부른다. 이 천사는 가옥이 물에 잠긴 5천여가구에 노스다코타의 한 비영리법인을 통해 2천달러씩 나눠주고 있다. 줄잡아 1천만달러(약 9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희사한 이 독지가의 신원은 캘리포니아에 사는 여성이라는 것밖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장 팻 오웬스는 『전화로 기부의사를 들었을 때 믿어지지 않았지만 곧바로 2백만달러가 비영리법인에 예치됐다』고 말했다. 호사가들은 1천만달러를 기부하려면 재산이 1억5천만달러 이상 돼야 한다면서 경제지 「포브스」에 나온 거부 명단을 들춰보며 캘리포니아에 사는 여자 거부들을 추적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궁. 시청측은 이 독지가의 뜻대로 「명예 배분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말 자신이 생각해서 돈이 필요한 사람만 신청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신청하면 신원과 피해정도만 간단히 신고받고 그 자리에서 돈을 내준다. 이 때문에 그랜드포크스는 폐허 속에서도 양심과 자선이 꽃피는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5명의 자녀를 둔 한 시민은 『이것은 우리처럼 모든 것을 잃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행』이라며 감격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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