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 공기업 민영화로 상징되는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에서도 한국처럼 문어발식 재벌그룹이 탄생했다. 30,40대가 소유주인 이들 그룹은 특히 아나톨리 추바이스 경제1부총리를 비롯한 권력층과 커넥션을 형성, 신규 사업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크게 △옐친의 재선을 도운 6대 신흥그룹 중심의 친(親)추바이스계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총리의 기반인 체르노미르딘계 △여야에 줄을 동시에 대고 있는 중도계로 나뉜다. 이중 추바이스계에 속하는 상위 6대재벌의 매출액은 이미 러시아 총생산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6대 신흥그룹은 좌장격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국가안보회의 부서기(52)가 이끄는 로가바즈그룹을 포함, 알파 모스트 메나테프 어넥심 스톨리치니 등 6개그룹.
로가바즈그룹은 베레조프스키가 89년 세운 로가바즈라는 자동차판매회사를 모태로 성장한 재벌로 국영 제1TV인 ORT와 러시아내 아홉번째 규모의 시브네프트석유사에 이어 작년에는 항공회사인 아에로플로트 경영권까지 장악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작년말 파이낸셜타임지와의 회견에서 『우리(6대그룹)는 추바이스를 선택, 옐친의 재선을 도왔다. 이제 대가를 돌려 받을 때가 됐다』며 사업의 성공을 위해 정치적 기반을 이용하고 있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