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기자] 앤서니 레이크 미국중앙정보국(CIA)국장 지명자(57)가 17일 빌 클린턴 미대통령에게 국장 지명 철회를 요청, 클린턴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워싱턴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레이크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클린턴대통령과 단둘이 만나 이같이 결정했으며 클린턴이 재고를 권유했으나 결국 철회로 낙착됐다고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대변인이 밝혔다. 레이크는 클린턴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명 과정이 정파간 대결로 치닫고 있다』며 워싱턴의 정치게임에 환멸을 느낀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그의 지명철회를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미 의회의 인준청문회도 당초 예상보다는 순조로웠다는 평이며 레이크의 인준에 반대해온 공화당의원들마저 인준이 무난할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지명을 뒤엎을만한 「다른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1기 클린턴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레이크는 CIA국장에 지명되자마자 공화당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기는 했다. 지난 94년 이란의 보스니아 무기밀매 사실을 의회에 통보하지 않은 「괘씸죄」에다 28만달러에 달하는 에너지관련 주식의 처분을 계속 미룬 것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의 로비대상 의원에 대한 미연방수사국(FBI)의 통고를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 발언도 그를 궁지로 몰았다.
학자풍의 온화한 성품인 레이크가 거칠고 험난한 CIA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어쨌든 CIA는 새로운 책임자를 찾아야 할 형편으로 조지 터넷 CIA부국장이 새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