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병세, 의혹 눈덩이…러 정국 동요 심화

  • 입력 1997년 1월 29일 20시 19분


[모스크바〓潘炳熙특파원]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자신의 건강이상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정치권이 동요를 거듭하고 있다. 옐친의 정적들은 연일 그의 대통령직 수행능력을 공격하고 있으며 그동안 중도입장을 지키던 일부 언론마저 정국위기상황을 심각하게 보도하고 있다. 옐친은 지난 27일 다음달 3, 4일 열릴 예정이던 유럽연합(EU)과 러시아간 정상회담을 연기했고 29일로 잡혀있던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담도 연기한 바 있다. 크렘린은 『옐친대통령의 건강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수년전부터 건강에 이상징후를 보여온 옐친이 지난해 11월 받은 심장수술에서 회복된지 불과 2주만인 지난 6일 폐렴에 걸려 업무를 다시 중단함으로써 러시아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일간 시보드냐지는 『현재 러시아에서 대통령의 건강과 대통령직 수행능력에 대해 아무도 믿을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며 조기대선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도적인 이즈베스티야지도 『러시아는 총체적인 국가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가세했다. 옐친의 건강회복이 더디어지자 옐친 정적들의 공세도 한층 드세어지고 있다. 차기 대통령의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는 알렉산드르 레베드 전국가안보위원회 서기는 27일 『건강에 이상이 있는 대통령은 즉시 물러나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결선 투표까지 갔던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 역시 참석하는 집회 때마다 연일 조기 대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옐친 진영에서도 차기 대선후보로 꼽혀 온 유리 루시코프 모스크바시장이 자신의 치적을 공개적으로 내세우면서 선거운동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는 등 후계자 문제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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