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질극]이원영대사 석방 「묘한 사연」

  • 입력 1996년 12월 27일 21시 29분


「리마〓李圭敏특파원」 페루주재 일본대사관저에서 지난 20일 밤 인질범들로부터 풀려난 李元永(이원영)대사는 당초 석방자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으나 몇가지 극적인 사연들이 겹쳐 나오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게릴라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정부에 전달하고 언론에 발표할 인물로 3명의 외교관을 지명했다. 쿠바 브라질 그리고 이집트 대사가 그들. 이대사가 쿠바의 페트로 디아스대사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자 그때까지 밝은 얼굴로 축하를 받던 쿠바대사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당신이 먼저 나가는 것이 좋겠다. 내가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분위기는 언제 무력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대사가 그것은 우리 마음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며 사양의 뜻을 밝히자 쿠바대사는 『함께 인질로 들어와 있는 페루 야당 정치인 칸세코를 통해 게릴라들을 설득하면 될 것』이라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10여분쯤 뒤 칸세코가 방으로 와 허가를 받아냈다고 알려줬다. 이대사는 『왜 쿠바대사가 자신을 대신 내보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쿠바대사는 지난 22일 추가로 석방됐다. 그러나 이날 게릴라들이 발표한 성명 제9항에는 아시아권 대사를 계속 억류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고 말레이시아대사는 아직 풀려나지 못한 상태다. 게릴라 지도자들을 설득한 칸세코는 원래 페루내에서 친북(親北)인사로 유명한 정치인. 그러나 이대사가 부임한 후 몇차례 식사를 함께 하면서 작년부터 한국지지쪽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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