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력과 소방인력을 유료로 빌려드립니다」.
영국의 경찰과 소방서들이 부족한 예산 충당을 위해 궁여지책으로 돈을 받고 경호를 제공하거나 장비를 빌려주는 등의 「과외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7일 선데이 타임스지가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에섹스지역 경찰청의 경우 정복경찰관들을 1명에 시간당 35.4파운드(약4만6천원)씩의 요금을 받고 개인파티장의 경비원으로 파견하고 있다. 또 사우스요크셔지역 경찰청의 경우는 심지어 정복경찰관들을 개인주택의 경비원으로까지 파견하고 있으며 요금은 집주인과 경찰청과의 흥정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것.
타임스지는 전국 51개 경찰청중 20개 경찰청을 대상으로 「경찰력의 사용화(私用化)」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에섹스와 사우스요크셔 경찰청 외에도 몇개의 경찰청이 더 이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소방서의 경우 이에 해당하는 대상이 보다 많고 용도도 다양해 가령 레스터셔지역 소방서의 경우 66파운드(약8만6천원)를 받고 TV안테나를 설치하거나 제거해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링컨셔지역 소방서는 시간당 1백8파운드(약14만원) 씩의 요금을 받고 소방차를 동원해 수영장의 물을 채워주거나 또는 빼주기도 한다. 소방서들은 이밖에도 나무위에 높이 올라가 내려오지 못하는 고양이를 구해주기도 하고 심지어 아예 소방차와 호스 등을 대여해 주기도 한다는 것.
이같은 행태는 자치행정기관들이 떳떳한 돈벌이로 재정적인 홀로서기를 하기 위한 순수한 목적에서 비롯됐지만 일반인들은 물론 자체내에서까지 이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대표적인 우려가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상실」이다. 한 고위 경찰간부는 『경찰의 공권력 제공에 있어 돈 있는 사람과 돈 없는 사람을 차별한다면 누가 경찰을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또한 정부의 규정에도 다소간 위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무부 규정은 경찰력의 유료대여를 허용하고 있지만 그 대상을 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다.<런던=이진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