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섭취 어려운 환자용 영양제
병원 “착상 돕고 유산 줄인다” 권해
정부 기관-해외 학회선 “근거 부족”
“무분별한 처방-사용 지양해야” 지적
난임으로 고생하다 지난해 9월 시험관 시술을 시작한 이모 씨(39)는 5차례의 배아 이식 과정에서 이른바 ‘콩주사’라고 불리는 수액을 총 15번 맞았다. 콩주사는 인트라리피드, 리피션 등 콩기름을 원료로 한 정맥용 영양제다. 산부인과에선 면역 기능을 조절해 착상을 돕고 유산 위험을 줄여준다며 권했다. 이 씨는 “의사가 권유하니 당연히 효과가 있는 약인 줄 알았다”고 했다.
착상률을 높여준다고 알려져 난임 환자들에게 인기 있는 콩주사의 효과와 안전성이 불확실하다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해외에서도 난임치료를 위해 해당 주사를 맞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콩주사의 무분별한 처방을 지양하고 환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해외에선 “난임 환자에게 추천 안 해”
24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2020∼2024년 의원급 산부인과에 공급된 인트라리피드, 리피션 같은 ‘필수지방산 영양 주사제’는 연평균 9684개로 집계됐다. 금액으로 1억362만 원어치로,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에 공급된 16억4167만 원 중 6.3%가 산부인과로 갔다.
인트라리피드와 리피션은 음식 섭취가 어려운 환자에게 영양 공급을 해주는 정맥 주사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난임 환자들 사이에서 ‘착상과 임신 유지를 돕는 주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 면역 기능이 너무 강하면 착상률이 떨어지는데, 이 주사가 면역 반응을 낮춰준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난임 환자의 필수 주사처럼 인식된 것이다. 회당 비용은 의원급 의료기관 기준으로 4만∼6만 원 수준이다.
문제는 콩주사의 착상 유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건의료연구원이 기존 연구를 분석한 결과 연구마다 효능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콩주사를 맞은 여성의 임신 확률이 높다는 연구도 2건 있지만, 다른 4건의 연구에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투약군의 유산율이 더 높게 나타난 연구도 있었다.
난임치료와 관련된 해외 학회들도 해당 주사제의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 영국생식학회(BFS)는 “보조생식술에서 영양 주사를 보조제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유럽생식의학회(ESHRE)는 “간 비대, 혈소판 감소증 등 부작용이 보고돼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 투약 기준 없어 무분별하게 처방
국내 의료진들도 콩주사의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산부인과 관련 학회들이 최근 보조생식술을 하는 산과 전문의 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38명(54.3%)이 ‘콩주사 처방을 해봤다’고 했다. 그러나 ‘좋은 결과를 기대해서’라는 답변은 11명에 그쳤다. ‘부작용이 크지 않아서’(11명), ‘환자의 요구나 기대가 커서’(9명) 등 효과에 대한 확신 없이 처방한 사례가 더 많았다. ‘콩주사 처방을 해본 적 없다’고 답한 32명 중 29명은 그 이유로 ‘치료 효과가 불분명해서’라고 했다.
난임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된 약제가 아니다 보니 정확한 투약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14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 난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2주 동안 매주 주사를 맞았다”, “배아 이식 날엔 면역 수치와 상관없이 맞았다” 등의 경험담이 올라와 있다.
홍연희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전문의의 임상 경험에 따라 치료제 사용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명확한 면역 이상이 없을 때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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