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막하출혈은 뇌혈관이 파열되면서 발생하는 응급질환으로 심한 두통과 구토, 의식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갑자기 쓰러졌어요.”
지주막하출혈 환자 가족들 사이에서 자주 들리는 이야기다. 뚜렷한 전조증상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주막하출혈은 뇌혈관이 터지기 전까지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뇌출혈’로도 불린다.
서울의료원 신경외과 김성훈 주임과장은 “실제로 지주막하출혈이 임박했음을 나타내는 전조증상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 ‘터져야 알 수 있는 병’…갑작스러운 두통 뒤 응급상황
지주막하출혈은 뇌를 둘러싼 지주막 아래 공간에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부분 뇌혈관 벽이 약해져 생긴 뇌동맥류가 파열되면서 발생한다.
뇌경색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등 비교적 잘 알려진 경고 신호가 있다. 하지만 지주막하출혈은 출혈 직전까지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김 과장은 “전조는 없다”며 “일부 환자들은 일주일 전후 갑작스러운 두통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매우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출혈 후 흔히 “살면서 가장 심한 두통이었다”고 표현한다. 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 30대도 발생…“40대는 생각보다 많다”
지주막하출혈은 흔히 노년층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30~40대 환자도 적지 않다.
다만 최근 젊은 층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단정할 만한 통계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김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젊은 환자를 제법 보기는 하지만 젊은 층이 늘고 있다고 일반화해 말하기는 어렵다”며 “30대에서도 간혹 발생하고, 40대는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활동이 활발한 생산연령층에서 발생할 경우 후유장애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부담이 크다.
● 전조증상 없다면? 결국 답은 뇌혈관 검사
지주막하출혈의 가장 큰 문제는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이미 응급상황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김 과장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뇌동맥류를 터지기 전에 발견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예방법”이라며 “40대가 넘었다면 한 번쯤 뇌혈관 검사를 통해 뇌동맥류 유무를 확인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뇌동맥류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5년 전후 간격으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젊은 환자에선 ‘흡연’이 가장 큰 위험요인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지주막하출혈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는 흡연이 꼽힌다.
김 과장은 “젊은 환자에서는 압도적으로 흡연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흡연의 위험성은 해외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핀란드 연구진이 1만6000여 쌍의 쌍둥이를 42년간 추적한 결과, 중등도 이상 흡연자는 치명적 지주막하출혈 위험이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성 환자와 관련해서는 “호르몬 변화와 관련된 요인들이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지주막하출혈은 터지기 전까지 알기 어려운 병인 만큼 흡연 등 위험요인을 줄이고, 필요하다면 뇌혈관 검사를 통해 뇌동맥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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