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무장[임용한의 전쟁사]〈412〉

  • 동아일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독일은 군대를 거의 해체 수준으로 축소하고, 독일군의 해외 파병을 헌법으로 금지했다. 독일군의 축소는 승전 연합국의 요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전후에 냉전이라는 새로운 전선이 생겼다.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군을 보존해, 이제는 그들이 소련의 서진을 저지하는 방패가 돼 주기를 원했다. 독일은 속죄의 의미로 스스로 군 축소를 주장했는데, 진짜 속셈은 경제 부흥이었다. 절약한 군비를 경제로 돌리려는 것이었다.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 중 진 빚을 갚느라 수십 년을 고생했는데, 독일은 군비를 줄인 덕분에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고 유럽 최부국이 됐다. 독일이 빠진 유럽의 방어는 미국이 채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서진 위협이 커지고 미국이 유럽 방어에서 빠지겠다고 협박하자 독일은 빠르게 군비 확장을 선언했다. 해외 파병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폐기하고 2024년 독일군을 리투아니아로 파병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전선을 강화해 달라는 리투아니아 요청에 따른 것이다. 리투아니아가 내준 영토에 ‘47기갑여단’이 상시 주둔하며, 규모는 2027년까지 5000명으로 증원된다. 징병 제도도 부활했다. 젊은 층의 저항이 있었지만 무난하게 진행됐다.

리투아니아의 일부는 과거 프로이센 지역이다. 독일을 통일하고 근대 독일의 부흥을 이끈 프로이센은 서프로이센과 동프로이센으로 분리돼 있었다. 2차대전 이후 동프로이센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로 분할됐고, 리투아니아는 소비에트연방(소련)이 됐다. 리투아니아는 소련에서 독립했고, 이제는 독일군이 진입했다. 당장은 러시아와 접경한 폴란드, 스웨덴,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과 연합해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이유지만, 언젠가는 동프로이센 부활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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