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1년을 맞은 4일 여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메시지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 선고 1년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내란 청산의 길은 3년, 5년, 1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내란 청산 발걸음을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탄핵 1주년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공식적인 메시지는 없다”고 했다.
탄핵의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국민의힘은 계엄과 탄핵은 ‘지나간 과거’라는 태도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결의문에서 사과했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둘러싼 공방이 아니라 국민 삶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3월 9일 의원총회에서 채택한 결의문에서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국민에게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스스로 ‘윤 어게인(again)’ 후보를 자처하는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6·3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예비 후보로 뛰고 있고, 당내 우려에도 윤 전 대통령 무죄를 주장한 전직 방송인을 광역의원 비례의원 청년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참여시켰다.
청산할 과거를 언급하는 데 한없이 인색하면서 반성 없는 미래를 말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로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계엄 사과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연일 바닥을 치고 있는 정당 지지율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교묘한 책임 회피를 거듭하며 선거에서 지지를 요구하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의 태도가 아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말하는 ‘끝없는 청산’이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내란 청산 완수의 최소 조건으로 책임자 법적 처벌, 비상계엄의 구상 과정과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대한 진상 규명 등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처벌을 제대로 하고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면 국민께서 국민의힘은 위헌정당 심판 대상을 면하기 어렵다고 볼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해산이 완전한 내란 청산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이를 차기 당권을 노리는 정 대표의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한다.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도 국민의힘 해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법적 책임이 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압도적 의석의 여당이 상대 정당의 소멸을 공공연한 목표로 삼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깨끗이 정리하는 청산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 뿐이다.
과거에도 탄핵은 갈등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도는 역풍을 맞아 기각됐지만,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진영 간 감정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이 벌어졌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적폐 청산으로 이어졌고 보수 진영에 각인된 패배와 굴욕은 검찰 출신 윤 전 대통령을 탄생시킨 동력이 됐다. 그리고 무절제한 대통령 권력과 의회 다수당의 충돌은 계엄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귀결됐다. 탄핵과 청산, 진영 대결의 격화, 그리고 다시 탄핵. 22년간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있다.
청산, 반성과 절제를 통해 완성돼야
탄핵 1년을 맞은 정치권 어디서도 통합의 메시지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아쉽다. 올해 1월 세계정치학회(IPSA) 전현직 회장 일부는 12·3 비상계엄을 저지한 ‘대한민국 시민 전체’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세계적 현상 속에 복원력을 보여줬다는 이유다. 탄핵은 헌법이 마련한 최후의 민주적 교정 장치다. 하지만 탄핵 이후의 정치가 양극화를 해소하지 못하면 탄핵은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 된다. 청산은 반성과 절제를 통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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