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백화난만(百花爛漫)의 계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꽃 자체보다 계절의 화사함에 먼저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포조의 매화는 바로 그 익숙한 시선을 살짝 비켜선다. 뜰 안의 많은 나무 중에서 시인은 유독 매화에 주목한다. 봄꽃은 넘쳐나지만, 서리와 이슬을 견디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존재는 드물다. 그래서 매화는 어려운 환경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품격을 떠올리게 한다. 봄바람에 흔들리며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다른 나무들도 눈길을 끌 수 있지만, 오래 남는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어려운 때에 드러나는 버팀의 힘이다. ‘매화락’은 한대에 유행했던 시가의 악곡명인데, 후대 문인들은 이를 매화시의 시제로 많이 답습했다.
시는 포조 자신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재능은 있었으나 세상은 그를 넉넉히 품어주지 않았다. 그러니 그가 매화에서 본 것은 단순한 절개만이 아니라, 추운 세월을 지나며 끝내 스스로를 놓지 않으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 봄, 꽃은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러나 추위를 견딘 꽃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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