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한글 현판 설치 논란…“현대적 재해석” vs “역사 왜곡”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31일 16시 50분


31일 오후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광화문 현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글 간판으로 할 것인지, 한자를 병기할 것인지 등으로 전문가들의 토론이 벌어졌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31일 오후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광화문 현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글 간판으로 할 것인지, 한자를 병기할 것인지 등으로 전문가들의 토론이 벌어졌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서울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光化門)의 한글 현판 추가 설치에 대한 토론회가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됐다. “한국을 진정 한국답게 만든다”는 찬성 의견과 “옛사람의 행위를 부정한다”는 반대 의견이 격렬하게 부딪쳤다. 광화문은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찬성 측 발제를 맡은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국가의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걸면 우리가 한자 사용 국가란 국제적 오해를 없애고, 대한민국과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문화유산 역시 현대적 재해석 및 활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세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은 1859년 복원 과정에서 새로 설계한 작품이이며, 1980년대 루브르 박물관 앞 광장에 설치한 대형 유리 피라미드도 루브르의 상징이 됐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

토론자로 나선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도 “훈민정음 반포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결정지은 사건이고, 광화문은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의 정문”이라며 “광화문에 한글 현판 달기는 문화 발전을 위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한글 현판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발제자로 나선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시류에 따라 문화유산을 변형하는 건 과거의 물질 증거를 조작하는 것이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라고 했다.

영국 왕실 문장엔 프랑스어가 적혀 있고, 프랑스 소르본대 성당 건축물엔 라틴어가 새겨져 있지만 “옛사람들의 행위와 문화를 존중하기에” 바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전 소장은 “광화문의 진화는 경복궁과 함께 1910년으로 끝났다”며 “(지금 할 일은) 조선 궁궐을 짓밟았던 일제의 장막을 걷어내고 조선의 상징인 궁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석주 서일대 건축과 교수도 “궁궐 복원은 앞으로도 20년 이상 진행될 것인데, 한글 현판을 다는 순간 ‘원형 복원’이란 기준이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장에선 ‘광화문’이란 이름과 현판이라는 형식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강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굳이 한자의 발음기호처럼 한글 ‘광화문’ 현판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며 “동시대적 가치를 발신하는 다른 내용을 미디어 파사드 등 첨단 기술로 담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했다.

앞서 1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광화문에 지금의 한자 현판을 유지하되 한글 현판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체부가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자 개최했으며, 양현미 상명대 문화예술경영전공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광화문#한글 현판#경복궁#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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