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1위 일본의 반전…“정답은 생선이 아니었다” [노화설계]

  • 동아닷컴
  • 입력 2026년 3월 30일 15시 09분


일본 장수 비결이 생선 식단이 아니라 돌봄 체계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5세 이상 118만 명 분석 결과, 수명 격차는 ‘건강 이후’ 돌봄 단계에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장수 비결이 생선 식단이 아니라 돌봄 체계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5세 이상 118만 명 분석 결과, 수명 격차는 ‘건강 이후’ 돌봄 단계에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대수명을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은 생선 중심 식단과 절제된 생활습관이 장수의 비결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이 같은 통념과 다른 결과를 제시했다. 일본인이 더 오래 사는 이유는 건강해서라기보다, 몸이 약해진 이후에도 더 오래 생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118만 명 분석…격차는 ‘건강 이후’에서 나타났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일본 고베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75세 이상 고령자 약 118만 명의 생존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국제 학술지 ‘BMC 메디신’에 지난 23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고령자를 돌봄 여부에 따라 돌봄 없이 생활하는 집단, 가정 내 돌봄을 받는 집단, 요양시설 거주 집단으로 나눠 이후 생존 기간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일본은 스웨덴보다 기대수명이 길었지만, 그 차이는 건강한 상태에서가 아니라 돌봄이 시작된 이후에 벌어졌다.

● 건강수명은 비슷…돌봄 단계에서 격차 확대

75세 여성 기준 일본의 기대수명은 15.5년, 스웨덴은 13.7년이었다.

돌봄 없이 생활하는 기간은 10.4년(일본), 9.9년(스웨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돌봄 상태에서의 생존 기간은 일본이 5.1년으로 스웨덴 3.8년보다 약 1.3년 더 길었다.

결국 두 나라의 수명 격차 대부분은 건강한 시기보다 돌봄 단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일본의 장기요양보험인 개호보험과 의료·돌봄 체계가 이러한 차이를 만든 핵심 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일본은 2000년 개호보험 도입 이후 재가·시설 돌봄과 의료 서비스를 연계해 고령자 관리 체계를 구축해 왔다. 이 시스템이 질병 이후에도 생존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돌봄을 받는 고령자 집단에서 일본의 사망률은 더 낮았고, 이 구간이 기대수명 격차의 대부분을 설명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 “더 오래 산다”의 의미는 별개 문제

다만 일본의 장수가 곧 더 건강한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났다.
연구에 따르면 일본과 스웨덴의 건강한 기간은 큰 차이가 없었고, 수명 차이는 돌봄 단계에서 나타났다. 늘어난 수명의 상당 부분이 돌봄을 받는 상태에서의 삶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일본이 더 적극적인 의료와 돌봄을 제공하면서 생존 기간을 늘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생명 연장이 삶의 질이나 개인의 선택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별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남긴다.

그동안 장수의 이유를 식단과 생활습관에서 찾는 경향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돌봄 체계와 의료 접근성이 기대수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장수는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약해진 이후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게 되는가와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논문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186/s12916-026-04786-z
#노화설계#일본#기대수명#건강수명#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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