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10평 주택으로 구현한 가변형 주거 솔루션의 실제
공장 제작 방식 도입해 시공 효율 높이고 환경 부하 최소화
해체와 재조립 용이한 구조로 공간의 이동성 및 지속성 확보
도심 옥상 증축 등 플랫폼 기반의 건축 생태계 확장 가시화
그동안 주거 공간은 대지에 고착된 형태로 인식돼왔다. 땅 위에 건립되어 감가상각 과정을 거치다 수명이 다하면 파쇄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주택을 소유한다는 행위는 곧 특정 좌표에 귀속됨을 뜻했다. 그러나 현대인의 삶은 그보다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1인 가구의 비중이 늘고 원격 근무가 보편화 되면서 거점 주거지 외의 추가 공간인 세컨드 홈에 대한 갈망도 커졌다. 가족 형태와 근로 방식이 급변하고 삶의 중심축이 이동함에도 건물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문제다. 건축 스타트업 네모테크놀로지스(MNEMO, 이하 네모)는 이러한 공간과 삶 사이의 괴리를 해결하고자 하는 회사다.
가평에 조성된 약 33㎡ 규모의 주거 시설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건축학적으로 증명해낸 결과물이다. 제조 공장에서 정밀하게 가공된 구조체를 현장으로 옮겨 결합하는 공법을 활용했다. 외형은 일반적인 소형 주택과 유사하나 설계 근간은 판이하다. 기상 여건이나 현장 인력의 역량에 따라 품질이 좌우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규격화된 공정을 통해 일정한 성능을 구현했다. 습식 공정을 배제하여 공사 기간을 앞당겼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분진 등 환경 오염 요소도 억제했다.
이 공간의 핵심 경쟁력은 준공 이후의 유동성을 전제로 기획됐다는 점이다. 거주 인원이 늘어나면 면적을 넓힐 수 있고 사용 목적이 다 하면 해체하여 다른 입지로 이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노후된 부분만 따로 떼어 교체할 수 있어 자원 효율성도 높다. 단순히 한 번 짓고 마는 건축물이 아니라 거주자의 생애 주기에 맞춰 보정되고 유지되는 공간 체계에 가깝다.
이는 주택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시사한다. 기존의 집은 토지에 결속된 부동의 자산이었기에 매매나 임대 외에는 활용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이전과 재조립이 가능한 구조 아래서는 주택이 장소에 종속된 소비재가 아닌 이동 가능한 물리적 자산으로 재정의된다.
김민석 네모 대표는 무분별한 건축보다는 폐기물을 줄이고 내구성을 높이며 필요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것이 본래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방의 휴양지가 도심 주거지로 변모하거나 소형 평형이 가족용 주택으로 확장되는 구체적 양상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주거 수요의 변화와도 궤를 같이한다. 사무실 밖 근무가 확산하면서 도심 외곽 주거지에 관한 관심이 증폭됐고 업무와 휴식의 경계가 무너진 직군도 많아졌다. 이제는 어떤 입지의 집인가보다 삶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인가가 새로운 선택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네모는 이 가변 구조 기술을 서울 도심지의 옥상 증축 영역으로도 넓히고 있다. 최근 용적률 완화 정책에 따라 기존 건물 상부에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하중 부담이나 시공 편의성 문제로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네모의 경량 모듈 방식은 기존 건축물에 가해지는 압박을 덜어내면서도 신속한 공사를 가능케 한다. 전원주택부터 도시 재생, 행사용 임시 시설물에 이르기까지 같은 시스템을 공유한다는 점이 이들의 플랫폼적 특징이다.
김 대표는 과거의 휴대전화가 기능이 고정된 완제품이었다면 스마트폰은 지속해서 판올림 되는 플랫폼이 되었다고 비유하며 건축 또한 거주자의 요구에 맞춰 진화하는 체계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평의 작은 주택이 단순한 소형 주거의 사례를 넘어 새로운 건축 질서의 출발점으로 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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