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MBK·영풍 공세 막아 경영권 방어 성공… 최윤범 회장·황덕남 의장 재선임

  • 동아경제
  • 입력 2026년 3월 24일 23시 10분


고려아연 제52기 정기주주총회 개최
최윤범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미국 제철소 프로젝트 등 경영 연속성 확보
기관투자자 엄격해진 기준으로 표결 영향력↑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
고려아연이 24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MBK파트너스·영풍의 공세를 막아내고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개회 지연과 표결 방식 논란 등 진통이 있었지만 핵심 안건을 모두 확정했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 시작 예정이었으나 주주 의결권 위임장 중복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약 3시간가량 지연됐다. 표 대결이 치열한 상황에서 의결권 검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주총에서는 감사보고와 영업보고, 외부감사인 선임보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보고, 최대주주 등과 거래내역보고 등이 이뤄졌다. 이어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수 결정,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승인 등의 안건을 표결했다.

최윤범 회장 득표 2위로 사내이사 재선임… MBK·영풍 측 2인 이사회 진입

핵심 안건이었던 이사 수 결정에서는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5인 선임안이 채택됐다. 출석 주식 수 약 1858만 주 가운데 62.98%가 해당 안에 찬성했다. MBK·영풍 측이 제안한 6인 안은 52.21%의 찬성으로 과반은 확보했지만 득표 수에서 밀렸다.

최대 관심사였던 이사 후보 표결에서는 최윤범 회장이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받아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황덕남 이사회 의장은 3위로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핵심광물 공급망 관련 한미 경제안보 협력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합작법인 크루서블JV가 추천한 월터 필드 맥랠런(Walter Field McLallen) 후보는 최다 득표로 기타비상무이사에 신규 선임됐다. 최윤범 회장을 중심으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가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보영 사외이사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도 가결됐다.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는 2명이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직무 정지된 이사를 제외한 15명 기준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9명, MBK·영풍 측 5명, 기타 1명 등으로 재편됐다. 고려아연과 MBK·영풍 측 이사 수 격차가 좁혀졌지만 현 경영진 측이 과반을 유지하는 구조는 이어졌다.

현 경영진과 이사회 중심 경영 연속성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힘이 실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고려아연 측은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이 핵심광물 공급망 허브로 도약하는 데 공헌하고 미국 통합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추진하는 등 회사 성장과 발전,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이어온 현 경영진 중심 거버넌스 체제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며 “44년 연속 흑자 기록과 2025년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주주환원 확대와 꾸준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 등이 주주들에게 우호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4일 제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4일 제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정관 변경 13건 중 8건 가결…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MBK·영풍 반대로 무산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은 총 13건이 표결을 거쳤다. 이중 소수주주에 대한 보호 관련 정관 명문화, 전자주주총회 제도 도입, 이사회 내 독립이사 구성요건 명확화 및 독립이사 명칭 변경,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분기배당 관련 정관 변경 등을 포함한 8개 안건이 가결됐다.

특별결의 안건인 분리선출 감사위원 2인 이상 선출을 위한 정관 변경안은 MBK·영풍 측 반대로 부결됐다. 해당 안건은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개정 상법 취지를 선제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고려아연 측이 제안했지만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 의결권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기각됐다. MBK·영풍 측은 정관 변경 필요성 자체는 동의히지만 상법 개정 시행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고려아연이 임기가 만료되는 이민호 감사위원을 분리선출 감사위원으로 선출하려는 것으로 보고 이를 막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거버넌스 개선 노력이 무산되는 것을 넘어 회사에 불안정성과 부담을 키우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당의 경우 주당 현금 2만 원으로 결정하고 임의적립금 약 9177억 원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결의했다. 안정적인 주주환원 재원을 확보하고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고려아연 측은 강조했다. 미처분이익잉여금 전환 규모의 경우 MBK·영풍 측이 제안한 수준의 2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 결과를 두고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이 과반을 유지하면서 경영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사회 내 견제 기능이 강화되면서 균형 구조가 형성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가 이번 이사회 재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일부 안건과 후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한 점이 주목받기도 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이전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의결권 행사를 권고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도 고려아연 이사회 운영과 추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양측 간 힘겨루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총에서 제기된 절차적 논란도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