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정주에 위치한 오산학교 1회 졸업생 사진. 시인 김소월과 백석, 화가 이중섭 등이 오산학교 출신이다. 경문협 제공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定州郭山)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김소월의 시 ‘길’에 등장하는 ‘정주’는 평안북도의 지명으로 김소월의 고향이자 유년 시절 다닌 오산학교가 위치한 곳이다. 오산학교는 남강 이승훈 선생이 설립한 민족학교로 시인 백석, 화가 이중섭 등을 배출했다. ‘정주’라는 지명은 다소 낯설지만 김소월과 오산학교라는 이름을 통해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북한의 행정구역은 1개 직할시(평양), 3개 특별시(나선·남포·개성), 9개 도로 나뉜다. 시·군을 합치면 그 수는 200여 개를 넘는다. 그 중 평양, 신의주 등 몇몇 큰 도시를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남북경제협력문화재단(경문협)이 ‘북한지리지’ 편찬에 나선 것은 북한을 바라보는 시야를 평양 중심에서 다양한 특색을 가진 지방으로 넓혀 보자는 취지에서다. 북한의 여러 지역의 자연, 지리, 역사, 인물 등을 모아보니 자연스럽게 ‘지리지’의 형태가 됐다.
경문협은 2023년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해 2025년 2월 북한 지리지 1, 2권이 선보였고 최근 3, 4권을 출간했다. 각 권마다 7, 8곳의 시·군을 소개해 지금까지 다룬 곳만 30곳에 이른다. 3, 4권에서는 정주를 비롯해 평성·향산·성천·철원·강계·장진·혜산·단천·명천 등 15곳을 다뤘다. 각 지방의 고유한 역사와 현재 모습을 다양한 사진, 지도와 함께 상세히 소개했다.
함경북도 단천시 내 검덕 광업연합기업소 일대 모습. 단천시는 북한 최대 광물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경문협 제공 책 제목이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북한 지리지’인 만큼 교류협력의 소재가 될 수 있는 특산품이나 지역 명소 소개도 담았다. 예를 들어 함경북도 단천시는 북한 최대 광산 지대로 특히 아연과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규모다. 평안남도 성천군의 특산품은 담배와 밤, 명주 등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지방발전 20X10 정책’(10년간 매년 20개 시·군에 현대식 공장을 지어 지방발전을 이루겠다는 계획)에 따라 2024년 첫 삽을 뜬 곳이 바로 성천군이다. 자강도 향산군과 함경북도 명천군은 백두산·금강산과 함께 ‘북한의 4대 명산’으로 꼽히는 묘향산과 칠보산의 고장이다.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북한지리지’ 3편 표지북한 내 현지답사가 어려운 만큼 북한 노동신문 등 현지 보도, 북한에 대한 서적과 지도 등이 기본 자료가 됐다. ‘조선지리전서’, ‘조선향토대백과’ 등 북한 지리서를 참고해 지도의 경계선을 조정하고 지명을 수정했다. 구글 어스의 위성사진을 보고 지형과 도로 상태 등을 파악하기도 했다. 북한 지역에서 출생한 과거 문인들과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들의 글도 값진 자료였다. 경문협 관계자는 “직접 발로 뛰면서 찾은 자료가 적지 않다”며 “평안북도 강계군이 고향인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 함경남도 장진군 출신인 배우 김희갑 씨처럼 북한에 고향을 둔 분들이 남긴 자서전이나 수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현재는 남북관계가 단절돼 있지만 향후 교류가 재개된다면 이 같은 자료가 지방 간 협력에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경문협 측은 기대하고 있다. 경문협과 함께 책을 기획한 ‘전국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는 발간사에서 “지방정부의 실무자가 교류 사업을 구상하고 정책을 설계하는데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경문협 관계자는 “여전히 우리가 북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며 “북한 200여 개 시·군을 다 다룰 때까지 지리지 발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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