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美투자 압박에 고심
“공장 건설 인건비, 亞의 4~5배… 운영비도 비싸 막대한 손실 우려”
美마이크론도 대만-일본에 공장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건설하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의 모습. 이곳은 2027년 가동 목표로 건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25.12.19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연초부터 미국의 노골적인 메모리 반도체 투자 압박에 한국 기업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메모리는 비용 경쟁력이 핵심인 산업인 만큼, 미국 생산은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조차 그간 대만과 일본에 주요 생산기지를 둬 왔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미국에서 메모리 공장을 운영할 경우 국내 생산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지난해 4월 발표한 보고서 ‘반도체의 큰 성장 기회, 여전한 규모 확장 장벽’에서 “반도체 팹(공장)을 미국에 새로 지으면 건설 인건비가 아시아보다 4∼5배 높고, 운영 인건비 역시 2∼4배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는 인건비에 더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소재·부품 조달 비용과 생산성 저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전체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3대 기업인 삼성, SK, 마이크론은 모두 아시아에 주력 생산 기반을 두고 있다. 비용이 낮고, 전문 인력이 풍부한 데다 소재 및 부품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SK는 국내에서 첨단 반도체를 만들고, 중국에서 일부 구형 반도체를 생산한다. 미국 마이크론도 일본과 대만에서 수십 년간 주력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해 왔다. 1981년 설립한 미 버지니아 공장은 구형 반도체 중심이고, 마이크론 전체 생산 물량의 10%에 미치지 못한다.
뉴스1메모리 기업들이 모두 미국에 생산기지를 추가하면 과잉 공급 우려도 있다. 대만 TSMC의 파운드리(위탁 생산)는 고객사 주문에 따라 맞춤형 제조를 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량 조절이 가능하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만들어 놓고 파는 범용 비중이 높다. 과잉 공급 시 가격 폭락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메모리 생산 기업이 100% 관세를 지불하거나,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業)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이 마이크론의 미국 생산 복귀를 알리는 뉴욕 ‘메가팹’ 착공식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마이크론은 2040년경 자사 D램 생산의 40%를 미국에서 제조하겠다는 청사진도 발표했다. 기업 부담이 커지더라도 미국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칩’ 드라이브를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자국 기업은 이에 호응한 셈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주문형인 파운드리와 달리 메모리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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